아직은,

by 노엘

집에 돌아오자마자 몇 가지 일을 마치고 씻지도 않고 잠이 들었다. 딱히 피곤할 만한 일도 없었는데, 눈을 떠보니 침대 위에서 깬 새벽이었다. 비가 내리는지 창 밖으로 희미하게 빗소리가 났다.


어젠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그럼에도 대기는 맑아서 먼 곳의 빌딩들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저녁 무렵 집을 나서서 강변북로를 달렸다. 금요일의 퇴근시간이 겹쳐서 정체가 심할 줄 알았지만, 도로는 생각보다 여유로웠다. 줄곧 먼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달렸다. 왠지 오늘따라 음악소리도 귀에 거슬려서, 볼륨을 작게 줄이고 지면에서 올라오는 타이어가 구르는 소리와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외기의 온도는 9도. 더는 춥다고 하지 않아도 될만한 온화한 날들이 이어졌다.


달리는 내내 참을 수 없을 만큼 사람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만 싶었는데, 누구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음이 쌓이는 것처럼 이별도 매일 조금씩 쌓여간다.


그리고 항상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 에서 생각이 멈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정 무렵에 전화를 걸어 술을 마시자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불안했지만 그런 걱정을 할 바엔 함께 있으면 무엇이든 어떻게든 될 것만 같았다. 매일매일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지금 보다 작고 어두운 방에서 나는 얼마간 더 행복했었던 것 같다. 이 순간도 지나면 그리워질까, 온세계는 오늘 밤에서 얼어붙은 채 멈춰있는 깊은 겨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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