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던 지난밤

by 노엘

해가 지고 나자 거리는 이미 여름밤 같았다. 바람이 불면 녹색 풀냄새가 났다. 이틀 전에 무엇을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을 만큼 다음으로 나가야 할 일들이 계속해서 몰려왔다. 오랜만에 집에 있게 된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줄곧 마감과 수정에 관한 일들이 이어졌다. 비가 내린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창 밖의 햇살은 맑고 투명했다.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노트북을 들고나가 볼까 싶었지만 이른 점심을 먹고 잠깐 잠이 들었다. 놀고 싶은 마음과 일을 해야 하는 긴장감과 게으름 사이에서 씨름하다 결국은 해가 저물었다.


수영을 다녀와서 리셋된 마음으로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아직도 수정해야 할 일들이 많다. 이번엔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편집실과 리터쳐에게 전달해야 하는 일들이지만 그럼에도 체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만큼 있다. 내일 촬영도 준비해야 한다.



지난밤은 말랑말랑 하고 기분 좋은 저녁 시간을 보냈다. 많이 웃었던 기억이 가득하다. 집에 돌아갈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이 없었어도 도시를 기득 채운 비 냄새는 나른하고 행복한 기분을 만들어 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평소보다 따뜻하게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잠이 들었다. 밤새 꿈을 꾸었고, 영원히 잠들고 싶을 만큼 행복한 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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