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가 열린다고 해서 어찌어찌 계정을 찾아 열어 두었다. 남들은 다 금세 사진첩이 열리는 것 같았는데 내 계정은 왠지 한참 동안 열리지 않다가 이틀 전 술에 취한 밤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듯 사진첩이 복구되었다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볼 사람도 없지만 그 와중에도 일단 다급히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고는 천천히 사진첩을 둘러봤다. 20대 초반의 어설픈 모습의 내가 잔뜩 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객관적으로 볼 수 없었던 스스로의 모습을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당시의 일기들은 중2병을 온몸에 두른 용사처럼 부끄러웠다. 용케도 지금까지 마왕에게 죽지 않고 잘 살아왔구나 싶었다. 그래도 지금 보다는 한 뼘 정도 순수했고, 사람의 선함을 믿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나간 조용했던 날들은 걱정이 많았는데, 최근은 매일이 분주하다. 소소 살롱 때 잠깐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따금 맡고 있는 일들이 새삼 너무 거대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부끄럽고 어설펐던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변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일을 내가 하고 있어도 되는 건지, 어떻게 이렇게 큰 책임을 잘도 덥석 쥐고 있는 건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의아하고 기묘할 때가 있다.
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사진은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주변에선 천재적인 재능으로 쭉쭉 치고 나가는 사람을 제법 많이 목격했다. 부러웠고 질투도 했지만 딱히 당장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면 계속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제법 흘렀고, 어쩌다 보니 주변에 재능을 가졌던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 있었다.
며칠간 다시 중요한 날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바람이 잦아들고 나면, 맑은 기분으로 바다에 갈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