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의 조각 모음

by 노엘

"저는 아직 크리스마스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요!” 코로나로 인해 지난 일주일간 격리를 하고 돌아온 어시스턴트 소희가 말했다.


스튜디오에 찾아온 영상팀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설명해주다 작은 금속 상자에 보관해 두었던 사진을 전부 꺼내보게 됐다.


모니터로 보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손에 잡히는 아련한 장면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새삼스러운 사람, 잊고 있었던 사람, 보면 마음 한편이 아픈 사람도 있었다. 이제 와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지만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걸까. 보고 싶다.


생활하면서 유일하게 실시간으로 TV를 보는 건 연말 시즌의 사나흘 간뿐인데 특집 편성된 방송들이나 홍백가합전 때문이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보다 가장 많이 검색되었던 가사 랭킹을 매기는 방송을 보게 됐고,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럴듯해 보이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있었던 수많은 좌절과 절망 같은 건 쉽게 보이지 않는다. 당신에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으니까.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부정적인 일이 세 번이 있었는데, 세 번 모두 동일한 이유였다. 이런 건 일종의 유행인 걸까. 내가 가진 긍정이 부족해서겠지.


20대 초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했던 말이 있는데, 이쪽(?) 일을 하다 보니 이 말이 가끔씩 생각난다. “예쁘고 잘생기면 고시 3개를 패스하고 시작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당시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요즘은 과연 그런 것이구나라고 자주 생각한다. 난 3배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버프 받는 삶의 기분이 때때로 궁금하다.


올해 마지막 촬영이 끝났다. 잘못된 공지로 인해 강남점으로 갔던 모델은 화가 난 채로 연희동까지 돌아왔어야 했다. 다행히도 나갈 무렵에는 행복해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연락과 답장을 잘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확인은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면 대체로 말하지 않는다. 어딘가의 숨겨진 스위치가 내려가 있는 것만 같다.


며칠째 사상최대(?)의 리터칭 물량을 단기간에 작업하고 있다. 적성이 맞지 않아서 그만두고 싶은데 내가 사장이다.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인사를 쉽게 건네지 못한다. 생일인 것이 들켜(?) 버리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인데, 그럼에도 많은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제가 더 잘할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