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이 걸렸다.
오래된 계기로 늘 동경해왔던 자리에 순수하게 내 손이 필요해서 일본에 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간접적으로 한국에서 일본 매체의 일을 하게 된 지는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여러모로 시간과 비용, 명분도 훨씬 더 부담되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를 부르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만나서, 힘을 합쳐 결과를 내는 일은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과 닮아 있었다. 꿈을 꾸듯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현장에서 나는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무척이나 고되고 불가능할 것만 같아 보였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자 모든 일은 어제의 일처럼 모두 지나가 있었다.
비슷하지만 너무나 다른 시스템 안에서, 이쪽의 프로 사진가들과 만나 합을 맞추고 서로의 사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웃음과 농담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즐거웠다. 서로가 가진 장점들을 동경한다는 게 피부에 와닿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사흘간의 일정이 모두 지나가고, 공항으로 향해야 하는 아침이다. 워낙 여유가 없었던 탓에 호텔방은 도둑이라도 들었던 것처럼 엉망진창이다.
나고야의 기억은 택시의 차창과,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가이시홀의 스태프 동선뿐이지만 무사히 일을 마치고 돌아간다는 안도감에 마음만큼은 평온하다.
당장 오늘부터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스위치 전환을 하고,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