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토요일

by 노엘

많은 일들이, 한편으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달이 바뀌어 어느새 3월이 되었고, 그사이 열흘이 넘는 날이 지났다. 운전을 하면서 몇 번인가 봄노래들이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마음이 들뜬 소리를 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겨울이 지나고, 눈앞의 계절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리운 기분에 휩싸였다.


미디어에서 마주하게 되는 2023년이라는 숫자가 새삼스레 낯설다. 아득히 먼 미래의 날짜가 새겨진 통조림의 유통기한을 보는 것처럼 때때로 현재라는 실감이 들지 않는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의 것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그저 관찰자이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보이지 않는 크기의 원자의 형태로 먼지처럼 둥둥 떠 있다. 그 속은 한 없이 투명해서 누구에게나 쉽게 마음을 들켜버리곤 한다.


나는 부끄러워지고, 더 작은 존재가 되어, 오래 전의 희미한 온기 만으로 오늘을 바라본다.


언젠가의 나는 주인공이었는데,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작품은 끝이 나 버린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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