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 둔 문틈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었다. 기분 좋은 풀냄새와 바다 냄새가 났다. 즈시 해안에서도 버스를 타고 20~30분 정도 달려야 지금의 쿠루와 해안에 도착한다. 작고 인적이 드문 곳이다. 마을 일부는 어업에 종사하고, 나머지 일부는 여행객과 서퍼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처럼 맑은 날이면 100km 가까이 떨어져 있는 후지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매끈하고 반짝이는 하얀 모래사장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드라마에서 보았던 것 같은 방파제가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있다. 그 사이에서 드물게 낚시하는 사람들이나 카메라를 든 여행객이 한가로이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에 있을 때도 도심을 잘 벗어난 적이 없지만, 일본까지 와서 이런 인적이 드문 바닷가 마을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우연한 계기에 소개받고 오게 된 이곳은, 사실 도착해서 이동하는 길에 얼마간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침에 거실에 나와 블라인드를 올리고 바닷가의 풍경과 달콤한 바람을 마주하면 세계의 평화가 모두 이곳에 있는 것처럼 온화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기대했던 영화제는 상상했던 것만큼 로맨틱했다. 사람들의 표정은 저녁노을처럼 눈부셨고, 밤이 되면 모두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오늘은 도심에 나갈 예정이다. 제법 긴 이동 거리와 시간이 왠지 다가올 행복처럼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