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만에 집 밖을 나섰다. 대단한 외출은 아니었고 늘 가던 수영장이다. 며칠 사이 정해져 있던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거나 해서 갑작스레 집에 줄곧 머무르게 됐다. 마침 젤다의 전설 신작도 나왔던 터라 밤낮으로 스위치를 붙잡고 있었다.
덩달아 수면 리듬도 이상해졌다. 밤에 네 시간 낮에 두세 시간을 나누어서 잤고, 그러다 보면 하루는 순식간에 지나갔다.
게임 속 링크(젤다의 전설 주인공의 이름은 링크다.)는 점점 강해져 가고 동료들이 늘어갔지만, 현실의 나는 세상과 멀어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세 시간의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19시가 되어 있었다. 해가 막 저문 하늘은 아직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잠버릇이 붙어있는 몸을 일으켜 모자를 눌러쓰고 오랜만에 마스크를 챙겨 차에 올랐다. (마스크를 챙긴 건 며칠간 면도를 하지 않아서 너무 범죄자 같은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면도기도 함께 챙겼다)수영장에 도착해서 한참 동안 샤워를 하고 꼼꼼하게 면도하고 이를 닦고 한 시간 정도 수영을 했다. 다시 20분 정도 긴 샤워를 하고 물을 닦아내고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랐다.
71kg 중반의 숫자가 찍혔다. 일 년 반 전쯤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8kg 정도 감량을 했다. 최근엔 섭식량 조절하고 있어서(식단 조절 제로의 운동을 하는 편) 그랬는지 운동만 할 때보다도 2-3kg 정도 체중은 더 내려가 있었다.
먹는 양을 줄인다기보다 횟수를 줄였는데 세 끼를 어느 정도 챙겨 먹던 걸 한두 끼로 바꿨다. 마찬가지로 음식은 먹고 싶은 걸 먹는다. 그러면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건 소화기관이 쉬는 동안 몸은 상당히 편안해진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물론 공복은 작지 않은 불편한 감정을 동반한다. 다만 그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몸의 편안함이 상당히 큰 매리트로 다가온다.
가장 달라진 점은 몸의 선이다. 점점 둥글게 되고 있었던 얼굴의 윤곽이 조금씩 선명하게 돌아왔고, 누가 봐도 엉망이었던 몸은 어느 정도 옷을 입을만한 형태가 되어갔다. 타이트하던 옷들이 다시 맞기 시작했고, 최근 산 바지들은 조금 커진 감이 들 정도였다.
오랜만에 집 밖을 나서면 유난히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때때로 그 사람의 일상과 역사에 관해 상상한다.
그것에 기대어 매몰 되어있던 자신을 조금씩 세상 밖에 먼지를 털어 꺼내 놓는다.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번 느슨해진 볼트를 조이고, 뺨을 두드려 잠을 깨운다.
돌아오는 길의 밤하늘에 선명한 손톱달이 빛나고 있었다. 창문을 모두 열고 라디오 볼륨을 올렸다. 기분 좋은 바람이 차 안 가득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