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by 노엘

며칠이 지나서야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먹구름이 희미하게 흐려졌다. 기분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음은 늘 불안정한 비바람 같다.


마침 예고 되었던 장마도 시작됐다. 불안한 하늘은 국지적으로 많은 비를 뿌리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도시 어디에서도 비 냄새가 가득했다. 언젠가의 여름이 떠올랐지만, 제대로 형태를 갖추기 전에 금세 사라졌다. 손에 잡히지 않는 희미하고 아련한 통증만이 남았다.


창문을 연 생활을 끝내고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기 시작했다. 바깥 날씨가 아무리 극단적이더라도 실내에선 쾌적하게 지낼 수 있다. 새삼 생각하면 참으로 편리한 생활이다.


머릿속에 악의를 품은 난쟁이들이 서넛 들어가 쿵쾅거리는 것처럼 줄곧 머리가 아팠다. 그렇게 당장 내일의 일도 제대로 포커스를 맞출 수 없는 날들이 며칠간 이어졌다.


문득 오늘 아침부터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특별히 무언가 해결되거나 좋아진 것은 아니다. 아마도 어떠한 때가 되었던 것이리라. 이른 무더위에 질린 난쟁이들이 어딘가 서늘한 장소를 향해 떠난 것일지도 모른다.


지키고 싶은 것의 앞에 미래가 있다. 비바람에 지친 모습에서도 사랑은 자라고 있었다. 당신이 있던 곳을 향해 전력으로 달렸던 날들, 그 앞의 무언가 확실한 형태를 가진 것이 아닌, 어쩌면 그 순간에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사랑을 하던 나를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 지난 여름들이 그립다. 사실은 보고 싶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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