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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Aug 31. 2023

잠에서 깬 새벽

새벽에 다시 잠이 깼다. 더워서 눈이 떠진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줄곧 어딘가 부유하는 마음이 그리워서 눈이 떠졌다.


커튼 뒤 창밖에선 희미한 가을 소리가 들려왔다.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기도 전에 너무 많은 일들을 정리해 나가느라 좀처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짧은 순간의 행복이 간혹 찾아오는 일에 만족한다.


촬영이 이어지고 후반작업이 이어진다. 그렇게 7월 말부터 8월 내내, 9월까지 쭉 틈이 없다. 시간을 들인다고 되는 일들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맑은 정신이 있을 때 최대한 짧고, 집중해서 일들을 해내려고 한다. (그렇게 해도 데이를 가득 채워야 하는 날들이 많다)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노력은 때때로, 아니 생각보다 자주 배신도 한다. 무엇보다 기준도 모호하고 절대적인 잣대 같은 것도 없다. 그런 걸로 보면 지금 그다지 잘 해내고 있는 모양은 아닌 것 같아서, 생각보다 자주 마음이 무거워진다. 계속 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한계까지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


잊고 있었던 감정들에 대해 생각했다.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 완전하게 소실 되어있었던 것이 돌아왔을 때 얼마간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나를 이끌었던 것은 이런 종류의 마음이었다. 이걸로 더 기운을 낼 수 있다. 잘 지켜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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