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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Sep 10. 2023

여름 조각

얼마 만인지도 모를 만큼의 일정이 없는 오랜만의 휴일. 아마도 한 달 정도는 가볍게 넘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촬영과 후반이 이어졌고 스튜디오에도 여러 변화가 생겼다. 덕분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여름이었다. 해결되거나 나아진 점은 아직 없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여름에 관한 기억을 자세하게 기록해 두고 싶었는데 어느새 9월도 중순을 향해 달리고 있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으면 하는 마음과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두 가지의 마음이 공존한다.


즐거운 일들과 별로 즐겁지 않은 일들이 뒤섞인 채 얼마간 시간이 흘렀다. 불평 없이 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몸과 마음이 쉽게 따라와 주지 않는다.


틈이 나는 대로 운동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다. 이젠 그만 빠져도 될 것 같은데 조금 더 감량됐다. 한두 달 전 정도부터 새롭게 턱걸이를 시작했고, 초, 중급자용 두꺼운 밴드에서 시작해서 이젠 가장 가느다란 밴드를 사용한다. 덕분인지 접영이 제법 가벼워진 느낌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 신간이 나왔고, 구매했다. 왠지 젊은 시절 방황하던 시기의 작가 느낌이 들어서 오래된 친구를 만난 기분으로 천천히 읽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그의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 자신도 나이가 들었고, 언제까지 얼마나 더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식의 글을 읽었다. 더 읽을 수 없게 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마치 삶의 일부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냉방을 안 하면 미세하게 덥고 켜면 춥다. 슬슬 창문을 열고 지내고 싶은데, 아직 남아 있는 도시의 열기는 제법 뜨겁다. 추석쯤이 되면 나아질까.


카나가 나의 장소에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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