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엘 Sep 12. 2023

사실은 보고 싶은 마음

생각이 많아서인지 수면 시간이 짧아졌다. 길어도 너덧 시간, 새벽 시간에 여러 번 눈을 뜬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 거실에 나와 앉는다. 그러고 나면 한동안 다시 잠들지 못한다.


수화기 너머의 생활 소음은 그리운 소리를 낸다. 달그락달그락. 물이 흐르거나 물건이 부딪히는 소리. 이따금 들리는 발걸음 소리와 언어가 다른 안내방송. 멀리 있지만 가까이 있는 듯한 온기가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의 시대에 수화기란 말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래전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수화기의 아련한 풍경을 상상하기도 한다. 누군가 그리워진 깊은 밤에 두 손으로 수화기를 꼭 쥔 그런 애틋한 모습을.


오늘 밥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분주하지만, 날짜를 세면 왠지 제자리에 있는 것만 같다. 시간은 이따금 악의를 품고 흐른다.


밤에 창문을 열면 가을의 풀벌레 소리가 난다. 기분 좋은 안정감이 있다. 낮은 아직 뜨거워서 조심해서 만져야 한다.


가끔 스스로가 사진으로 생활하고 살아간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금은 사진이란 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그런 것이 되었는데 참 묘한 일이고, 감사한 일이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했더니 이 짧은 글 앞에 두 시간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침대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있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여름 조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