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엔 많은 바람이 불었다. 매서운 소리를 내는 바람이 비좁은 창틈을 비집는 소리가 잠이 들 무렵까지도 들려왔다. 궁금해서 커튼을 열어보니 얇은 창 표면으로 바람의 기세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 다시 커튼을 여니 강은 잔잔했고, 하늘은 엷은 파스텔 빛으로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지만 맨션에서 열차역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따금 눈에 들어왔고, 동쪽 먼 곳에서부터 밝고 따뜻한 빛이 서서히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보통의 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아침이 일어나 생각을 정리하고, 간단한 일들을 마칠 무렵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가까워진다.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천천히 요리하고 밥을 짓고 식사를 마친 후에 설거지와 정리를 마치면 어느새 정오를 넘긴 시간이 된다.
언제부터인가 쌓여있는 일본 특유의 정체불명의 고지서들을 열어보거나(생각할 수 있는 모든 서류와 광고, 통지가 종이로 날아온다. 중요 서류도 보통 우편으로 도착하기 때문에 자주 확인해야 한다.) 잠깐 낮잠을 자거나, 필요한 것들을 사러 근처 마트에 가거나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저녁 시간은 금세 눈앞에 다가와 있다.
다시 무얼 먹을지 고민하고 식재료를 꺼내서 요리를 만든다. 따뜻한 저녁을 먹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어제와 다름없는 밤이 돌아온다. 일찍 잠이 드는 편이기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나면 21~22시 정도. 슬슬 침실로 들어가 잠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잠이 든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같은 루틴으로 하루가 반복된다. 가끔 나는 뭘까, 라는 생각을 한다.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그때는 지금의 모습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미래에 대한 그림도, 꿈도 없었다. 그저 해가 질 무렵이면 왠지 많은 생각에 잠겼고, 저녁노을의 냄새와 아련한 온기를 기억할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새삼스레 사람의 일은 정말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한다.
스무 살 무렵 딱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카메라를 샀고, 대학생 시절에는 시간이 남아서 취미 삼아 일본어 공부를 했다.
지금의 나는 어쩌다 보니 사진가가 되었고, 거주지를 도쿄로 옮기게 됐다.
하지만 오늘까지의 순간이 평탄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수많은 갈등과 고민과 사랑과 눈물이 있었고, 사실은 지금 이 순간도 적지 않은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에 때때로 흔들리곤 한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일이지만, 지난밤의 고민 같은 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어젯밤의 매서운 바람 같은 건 잠이 들 무렵까지인 것이다.
서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는 이 도시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그저 누군가와 더 가까이 연결되고 싶어 하지만, 그건 마치 일생의 과제처럼 어렵기만 하다. 기억 속에 남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고 싶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의 시간이 언제까지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따금 사랑스러운 순간을 맞을 때면 그 장면을 사진처럼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걸음걸이, 표정, 손짓, 오늘의 날씨와 계절, 차가웠던 바람의 기운까지.
그렇게 사소한 불운과 사소한 행복으로 삶은 내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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昨日の夜は風が激しかった。恐ろしい音を出す風が窓の隙間をねじ開けようとする音が眠る前までも聴こえてきた。心配でカーテンを開いたら薄いガラスの表面から風の勢いが微かに感じられた。
朝に目を覚め、いつものようにカーテンを開けたら空は薄いパステル色で輝いていた。早い時間だったが、メンションから駅へ向かう人々が時々見えてきた。東の遠いところから眩しくて暖かい光がゆっくりと都会を照らしていた。
普通の生活をするだけで時間は早くも経ってしまう。朝起きて頭の中を整理し、簡単なお仕事が終わると、いつの間にかランチの時間が近くなっている。冷蔵庫から食材を出し時間をかけておかずを作ってご飯を炊き、食事をしてお皿洗いまですると12時過ぎになる。
いつの間にか積もっている日本特有のあらゆる郵便物を確認したり、余裕がある時は少し昼寝をしたり、スーパーに買い物に行くだけで夕方は目の前に近づいている。
また何を食べるか悩み、食材を出し同じく料理をする。暖かい食事をしてくだらない話をしていたら昨日と似てるような夜が戻ってくる。シャワーを浴びて髪を乾かすと21~22時頃、ベットに潜り込んで少し携帯をいじってすぐ眠る。特別な事がなかったら同じルーティンで1日が繰り返される。たまに「自分は何だろう」と思う。
幼い頃を思い返してみると今のような姿は想像もつかなかった。未来への計画も夢もなかった。ただ日が暮れる瞬間には色々な妄想を考え込み、夕焼けの匂いと幻のような温もりを覚えているだけだった。だからこそ人の未来は全く分からない事だろうなと思う。
18歳頃なんの意味もなくカメラを買って、大学生時代には時間が残りすぎて趣味で日本語の勉強をした。
今の僕はフォトグラファーになり、韓国から離れて東京に住んでいる。
今日までの瞬間が順調だったと言うと、そうでもないだろう。全ての瞬間、人生への沢山の争いと、悩みと、恋と涙があった。今もまだ未来への悩みと不確実な不安で時々揺れてしまう。
過ぎてからは分かるけど、昨日の夜中の悩みなどは全然思い浮かばない。昨日の激しい風は眠る前までなんだろう。
ソウルよりも多くの人々が住むこの都会でも同じように思う。こんなに大勢の人々がただ誰かと繋がりたくて悩んでいる。それは一生の課題のように難しい。人が人の記憶な中に残るのは中々難しい事だろう。やりたくで出来ることでもなく、僕たちの時間がいつまで許されているかは誰も分からない。
それでたまに愛おしい瞬間に会うと、その瞬間を写真のように覚えたい気持ちで眺める。歩き方、表情や手の動き、天気や季節、冷たかった風の質感まで。
そうやってくだらない不運とくだらない幸せで、生活は明日へ続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