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by 노엘

우스꽝스럽게 넘어졌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어떻게든 이 현실을 피하고 싶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넘어진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가 넘어졌다는 사실, 그럼에도 별로 아프지 않다는 사실, 옆에 있는 동행이 더 당황한 현실이 너무 우스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아프긴 했다. 오른쪽 무릎과 팔꿈치는 욱신거렸고, 하필이면 잘 입지도 않던 가죽 재킷을 입어서는 상흔이 생긴 팔꿈치를 자꾸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아아 내 소중한 가죽이여.


하지만 여전히 재밌었다. 내가 넘어지다니, 하하. 그렇게 조심조심 살금살금 다니더니 꼴좋다, 라는 걸 마치 제삼자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새로운 종류의 아픔이었다. 새삼 살아있는 것 같았다.


사실 혼자만 생각하는 생활의 지혜(?) 같은 것이 있었는데,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나야 할 때면 그 사람이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상상을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를 통해 증명했다.


무어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간이지만, 어떻게든 시간은 흐른다.


너무 큰 욕심이지만, 누군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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