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남자

by 노엘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특정 촬영이 다가오면 의식의 먼 곳에서부터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가 흔히 마주치고 소비되는 한 장의 사진은 생각보다 많은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어 제작된다. 그중의 하나라도 그날 어긋난 것이 있으면 타이트하게 짜인 현장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고 이는 곧 결과와 직결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는 항상 존재하고, 그에 따라 촬영장 분위기 또한 달라진다. 제품과는 다르게 인물 사진의 긴장감은 몇 배나 다르다. 그래서 무엇보다 사진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는 생각보다 다양한데, 준비했던 세팅과 콘셉트를 적용해 보았더니 썩 보기 좋지 않았을 경우가 가장 큰 변수 중의 하나다.


상업 사진의 경우 실시간으로 카메라가 모니터와 연결이 돼 있기 때문에 십 수 명의 스태프들이 촬영이 시작되면 줄곧 모니터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속임수도, 나중에 후반에 잘해야지 같은 말도 안 되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첫 번째 순간에, 생각하고 있었던 최고의 느낌이 나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현장은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이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 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주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사람들의 표정과 목소리부터 달라진다. 하지만 이때 결과를 만드는 사진가 마저 당황을 한다면 모든 일은 금세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극복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라 생각하는데, 드물게는 주변 사람에게 되려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나의 경우는 가급적 능청스럽게 세팅을 슬그머니 조정해가며, 최대한 빠르게 정상 궤도를 찾으려고 머리를 굴린다. 중심을 잡고 침착하게 하다 보면 대부분은 생각하던 대로 돌아온다. 물론 마음속은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과 해일이 밀려오는 지경이지만.


또 다른 변수는 피사체가 되는 배우나 아이돌, 모델의 경우에서 온다. 유명인 같은 경우는 설령 잘 모르던 인물이라도 여러 가지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 그만큼 바쁘고 많은 스케줄들을 소화하는 분들이 많아서 일을 하는 루틴이나 방향 같은 것이 명확한 분들이 있다.


그래서 처음 작업을 하는 사람이나 그룹의 경우 인사를 나누는 짧은 순간의 분위기로 최대한 성향 파악을 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주문을 해야 할지, 음악은 무엇을 틀어야 할지, 부드럽게 이끌어야 할지, 말을 조금 더 많이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물론 사람을 한눈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또한 어긋날 때가 있지만, 컨디션이 크게 나쁘지 않다면 대부분의 분들은 젠틀하게 작업에 임해 주신다. 고마운 일이다.


가장 촬영하기 수월한 건 제대로 된(?) 회사가 있는 모델의 경우인데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의욕적이고 훌륭한 피지컬을 가졌다. 세팅에 조금 실패해도(이러면 안 됩니다. ㅎㅎ) 커버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작업엔 스스로도 더 여러 가지 실험적인 것을 해보려고 하기도 한다. 스탭과 비용은 적어도 대체로 현장은 화기애애하다. 그렇게 결과가 잘 나오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무엇보다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인플루언서가 가장 어렵다. 받아 보았던 사람과 완전히, 정말 조금도 닮지 않은 사람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면 촬영 시작 전부터 모두가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기용하려는 광고주 분들께는 뷰티앱을 돌리지 않은 동영상을 꼭 받아보시라고 권장한다. 이런 촬영은 후반 작업이 90% 이상이 되게 되는데, 새벽까지 포토샵 작업을 하고 있다 보면, 평생 알고 지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안 좋은 감정이 생기게 된다.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도 인플루언서의 작업은 신중해야 하고, 준비 단계를 더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만 잘하면 현장은 대체로 평화롭게 진행된다. 모든 분들이 준비해준 상황에 맞게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잘 인지하고 차근차근해 나가면, 대만족은 아닐지라도 크게 실패하지는 않는다. 물론 바람은 항상 모두가 대만족 할 만한 결과를 내고 싶지만, 그런 사람은 없다.(어느 미팅 자리에서 업계인이라면 모두 알만한 분의 사진을 예로 들면서 실패 사례를 들었는데, 나도 실패하면 누군가에게 이렇게 안 좋은 사례로 보이겠지라고 생각하니 몹시 슬펐다.) 다만 때문에 승률이 제법 좋은 투수 같은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더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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