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낮잠을 잤다. 해가 기울기 시작해서야 겨우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해로울 것이 없는 생활을 한다. 스스로에게가 아닌 적어도 타인에게 있어서는.
거절에 익숙해지면 편해진다는 말을 예전부터 봤었고, 볼 때마다 납득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사소한 거절도 부정도 아픈 것이다. 모른 척 하기엔 사람의 마음은 너무 연약하고 외롭다.
그러다 보니 많은 말을 참는다. 말과 행동이 불러올 파도와 온도가 거세고 차게만 느껴진다. 수많은 단어들이 입가에 맴돌지만, 좀처럼 소리를 내어 말할 수 없다. 서툰 삶을 사는 서툰 사람인 것이다.
언젠가가 되면, 그럴듯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누구나가 막연히 상상하던 미래의 나 같은 그런 모습. 하지만 변한 건 나이가 들어 변해버린 외모와 원치 않는 기대를 받게 되는 사회적 시선뿐이었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나를 다른 그럴듯한 모양새로 표현하는 건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쑤셔 넣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편하고, 우스꽝스러웠다.
어느 시점에선가 부모님조차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이고, 완벽하지 못한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삶을 사는 것은 결국 모두가 처음이었던 것이리라.
이토록 짧고 거친 날들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때때로 길을 잃고 만다.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조차 알 수 없다.
사람은 얇고 연약한 피부를 맞대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위로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