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컷의 바람

by 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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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처음 겪는 경험을 하던 날이었습니다. 아쉬움이 남았던 지난 작업의 B 컷을 공유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팬분들의 의견과 관심을 받게 되어 놀라웠습니다. 종일 알람이 울리는 휴대전화는 평소보다 빠르게 배터리를 소진시킬 정도였습니다.


인플루언서들의 삶은 이런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사진가인 저에게 조차 이렇게 많은 코멘트와 관심을 주시는 모습들을 보고(정확히는 아이즈원을 향한 마음), 아이즈원을 향한 팬 분들의 진심을 알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는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에 대해서 어느 한쪽 방향으로만 치우쳐 있었던 것 같았는데, 새로운 경험과 시각, 환기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가장 처음 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각하던 것이 있습니다. 내가 만든 작은 작업들이 어딘가로 소리 없이 날아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습니다. 그건 대단하거나 큰 것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둘 만들어 나가며 제법 여러 가지 일들을 세상에 공개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잘 없었습니다. 화보 지면의 작은 이름 한 줄(사실 이것만으로도 매우 기쁜 일입니다.)이나 빠르게 소진되는 이미지들 속에서 가끔 회자되는 몇몇 코멘트들을 보고서는 '그래, 어딘가로 잘 날아가고 있구나'라고 감지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어떠한 알고리즘이 제 피드에까지 직접적으로 많은 분들을 이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큰 사랑들을 그대로 옮겨 아이즈원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 큰 사랑이 저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이니, 위즈원과 아이즈원의 사이는 더욱 애틋하겠죠. 제가 적어 두었던 작은 코멘트가 순식간에 영문과 중문으로 번역이 되어 있는 놀라운 일도 봤습니다. 어쩌면 다른 언어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두 언어는 직접 보게 됐습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어떠한 권위 있는 문학상이나 자리 보다도, 직접 돈을 내고 내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만이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 정확히 동일한 문장은 아닙니다만,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형태는 다를 수 있지만, 이 말이 정확히 피부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수많은 사진가들 중의 한 명이고, 게다가 특별히 대단한 사진가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예상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으로 더 힘을 내어 작업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더 얻게 된 것 같습니다. 하나의 사랑이 넘쳐 주변에 있는 저에게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죠.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한 번 많은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진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이제는 한 컷 남은 B컷을 공유하며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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