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TUS

by 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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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우연한 계기로 일본의 매체와 일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너무나 하고 싶었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많은 시도를 한 끝에 조금씩 페이지 하단에 이름을 새겨 넣을 수 있었다.


BRUTUS의 일은 그중에서도 특별한데(그 전의 hanako 한국 특집에도 참여했었지만, 사실 그때는 스스로의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그간 해왔던 일 중에서도 가장 많은 페이지를 채우게 되기도 했었고, 이 사진이 지하철역의 광고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햇수로 하자면 32년 만의 서울 특집이었다. 만일 서울 다시 찾는데 그만한 시간이 걸려야 한다면, 그때는 내가 다시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아득한 시간이다.


큰 틀의 로케이션과 방향은 정해져 있었지만, 구체적 구성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는 촬영이었다. 촬영 첫날 미팅을 위해 호텔 로비에 모였을 때, 그 자리에 모인 포토그래퍼만 5-6명 정도였다. 그중에 한국인은 나 하나뿐이었고, 국내에 있던 코디네이터를 제외한 모든 스탭은 전날 일본으로부터 입국해 있었다.


이렇게 많은 포토그래퍼가 올 줄 몰랐던 것에 놀랐고, 다양한 연령대에 한 번 더 놀랐다. 촬영은 보름이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이루어졌다. 이 정도면 상당히 긴 촬영이다.


처음엔 이 일을 함께 하는 것이 기쁘기만 했지만, 누가 얼마만큼의 페이지를 채울지, 커버가 될지, 광고가 될지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는 말에 조금은 경쟁심이 생겼다. 게다가 서울에 살고 있는 것은 나 하나뿐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곳에 살고 있는 내가 더 잘하지 못한다면 왠지 면목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열심히 해야만 하는 자연스러운 동기부여가 됐다.


평소에 무심코 바라보던 도시의 풍경을 새로 보려고 했다. 그러면서 다시 본 서울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에너지가 있었고, 즐거웠다. 일을 하면서도 매일이 여행이었다.


일본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하는 대부분의 말들은 활기차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지치는 것도 없지는 않지만, 많은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기 쉽지 않은 정서 탓에 이런 반대되는 모습에 끌리고 즐겁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이 완성되어 도착했을 때는 마치 선물을 여는듯한 기분으로 첫 페이지를 펼쳤다. 하나하나 페이지를 넘기며 작업한 사진이 나올 때마다 기뻤다. '와- 이건 스프레드로 쓰였구나!'부터 구석구석 작게 들어간 사진들도 모두 감격스러웠다. 결과라면 결과이지만, 직접 작업했던 페이지가 가장 많았던 것에 안도의 한숨과 기쁨이 겹쳤다.


그 이후에 광고로 결정된 사진이 위의 사진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과 계기이지만, 나는 어떻게든 도쿄 도심 내에 나의 사진 작업들을 걸고 싶었다. 앞으로의 작업을 포함해서, 지금도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많은 이들에게 사진과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펜데믹으로 인해 서로 오갈 수 있는 길이 차단된 요즘, 자유롭게 오가며 작업할 수 있었던 날이 그립다. 매일매일이 어둡고 불투명하기만 하지만, 언젠가 다시 평화로운 시대가 온다면, 다시 한번 웃으며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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