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 않는 잠

by 노엘

며칠 사이 봄노래를 찾아 듣는다. 랜덤 중에 우연히 들었던 곡이 마음에 남아서 집에 돌아와 내내 들었다.


현관문을 열면 숨이 막힐듯한 더위가 시작되지만, 이 곡을 듣는 동안만큼은 아주 오래 전의 겨울 끝자락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하여도 돌아간다고 대답할 것이다.


여유가 없다. 몸도 마음도, 현실적인 부분들도.


제대로 쉬지 못 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팬데믹 이후에 단 하루도 마음이 편안했던 날이 없다. 이대로 삶이 끝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휴대전화의 대부분의 알람은 꺼놓는다. 소리가 나는 것도 싫고, 진동이 오는 것도 싫다. 하지만 자리를 비운 사이 아무것도 도착해 있지 않은 것은 그보다 더 서글픈 일이다.


자주 가는 식당에서 나를 알아보는 건 몹시 불편하다.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반가움의 표시겠지만,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누가 봐도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모르는 사람이고 싶다.


인사를 잘하던 사람이었는데, 요즘엔 정말로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연결되고 싶지만, 누구에게나 마음의 에너지를 쓸 여유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웃을 일이 잘 없다. 잘 웃었던 것 같은데, 거울 속의 표정을 보면 어색하기만 하다.


얼마 전엔 수중 이어폰을 잃어버렸는데, 어젠 수영 핀을 두고 왔다. 이건 왠지 분실물 바구니에 있을 것 같아서 그다지 마음이 불안하지 않다. 다시 산다고 해도 이어폰에 비하면 부담이 없다. 허둥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불안과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돈을 지불한다.


좀처럼 잠이 깨지 않는다. 수영을 마친 직후를 제외하곤 안개가 낀 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이어진다. 이대로 영원히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만일 깨어난다면, 눈이 쌓인 겨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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