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수영장 냄새가 난다. 평소보다 유난히 길게 샤워를 하는데도 이상하게 이 냄새만큼은 오랫동안 남는다. 물속이 아닌데 물속에 있는 것 같아서 킁킁 거리며 한참 동안 냄새를 맡게 된다.
생활 패턴이 불규칙하다 보니 강습보다는 자유수영을 하는 시간이 많은데, 자유수영 시간은 생각보다 빌런들이 많다. 지금 다니는 수영장은 두 개의 레인이 자유수영을 할 수 있게 되어 있고, 초급과 중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자유이긴 하지만, 나름의 암묵적인 룰 같은 게 있어서, 페이스가 빠른 사람들이 대개 먼저 출발을 하고, 페이스가 느린 사람들은 뒤쪽에서 출발하거나 쉬어 갈 때는 한쪽 구석으로 붙어서 기다리게 된다. 크게 보면 다른 사람의 수영을 방해하지 않는 그런 형태의 룰이다.
이를 파괴하는 가장 큰 빌런은 커플인데,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마치 호텔 수영장처럼 이용하는 커플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 레인에선 제대로 수영을 할 수 없게 된다. 별로 보고 싶지도 않다. 으으. 그러면 자연스럽게 한쪽의 레인에 사람이 몰리게 되고, 점점 자유로움에서 멀어진다. 커플은 눈치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신이 난다.
두 번째는 영법 없이 달팽이처럼 느린 페이스를 가진 빌런인데, 영법이 없는 만큼 놀라울 만큼 느리지만 거의 무한으로 왕복을 하는 경우가 많다. 팔과 다리의 움직임도 뭔가 수영이 아니라 물에 빠진 사람 같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쉬지 않는다. 이럴 때는 상대방 쪽이 내가 선 출발선 가까이 왔을 때 스타트를 시작해야 그나마 어느 정도 자기 페이스대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워낙 느리다 보니, 금세 따라잡고 만다. 그러면 다시 기다렸다를 반복. 그래도 이건 괜찮은 편이다. 조금 천천히 하면 되는 거니까.
세 번째는 이걸 못 참고 파워 수영으로 따라잡다가 사고를 내는 유형이 있다. 기본적으로 수영 시 추월은 금지돼 있다.(어딜 가나 공식 규칙) 사고라고 해도 큰 사고는 아니지만 팔이나 다리가 서로 엉키게 되면 결국 둘 다 놀라서 물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물속에서 다른 사람의 피부가 닿는 건 별로 좋은 경험이 아니다. 놀라서 호흡이 엉키게 될 뿐이다. 수영 실력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 상황이 감정적으로 좋을 만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둘이 사고로 떠오르면 뒤로는 자연스럽게 멈출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악은 노 샤워 빌런인데 샤워를 하지 않고 물에 들어오는 사람이 아주 간혹 있다. 이게 생각보다 한눈에 바로 알 수 있다. 레인 가까이에 걸어오는 모습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뽀송뽀송한 그 느낌이 보인다. 그런 사람이 다가오면 당장 풀에서 나가고 싶어 진다. 정말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이다. 물에 들어올 때는 으악 소리가 난다. 알고 있는 안 좋은 말을 모두 갖다 붙여도 될 만큼 불쾌하다.
이외에도 좀비형 스트레칭 빌런, 동창회 빌런 같은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수영은 재밌다. 이걸 어떻게 2년이나 못 하고 살았나 싶다. 최근 일상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수영하고 온 지 두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내일이 기다려진다. 새 수영모라도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