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도심의 아스팔트 위는 뜨거웠다. 해 질 무렵 이십여분 남짓 걸었을 뿐인데도 땀이 배어 나왔다. 상수 근처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폴라로이드를 사용하고 싶어서 당인리 화력발전소 방향으로 걸었다. 이쪽 길을 걷는 건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의 일이었고, 적당한 장소를 찾다가 낯설지 않은 골목길에서 10년 전에 갔었던 당고집이 아직 영업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워낙 오래전일이고, 사람들이 즐겨 먹는 종류의 음식이 아니라 막연히 없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오랜 시간을 증명하듯 유리창엔 블루리본이 몇 개인가 달려있었고, 반가움과 여러 가지 기분이 겹쳤지만, 동행도 있었기 때문에 사진만 한 컷 찍고 지나쳤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당고 몇 개라도 포장을 해 올 걸 그랬나 싶은 기분도 든다. 하지만 먼 곳에 있는 건 아니니까, 조만간에 다시 한번 가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8월의 시작은 고요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매일이 이어졌고, 입추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더위가 한풀 꺾였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말복이 어제였고, 매미들은 마지막 남은 순간을 붙잡으려 하는 듯이 울고 있었다. 여전히 국지적인 여우비는 곳곳에 내리는 듯했다. 덕분에 SNS에서는 유난히도 많은 무지개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이달의 고요했던 시간은 사실 오늘이 마지막이다. 내일부터는 마지막 주 근처까지 매일 촬영이 예정돼 있다. 하루에 두 건의 작업을 해야 하는 날들도 상당수 있어서 부담이 느껴지는 일정들도 있다. 일본에서 넘어온 후반 작업도 해야 한다. 오늘은 수선집도 가야 하고. 으음.
짧게 걸었던 길이었지만, 왠지 여운이 남아있다. 눈이 내린 겨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서 그랬을까, 시간이 가는 건 싫지만, 그래도 이젠 다음 계절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