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는 정해진 분량이 있다. 그 마음을 다 사용한 뒤에는 텅 빈 종이 상자 같은 것만 덩그러니 남아서, 그것이 있었던 흔적 밖에는 남아있지 않게 된다.
사실은 이미 다 써버린 줄 알았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며칠 전 사진을 한 장 찾으려고 오래된 일기들을 우연히 읽게 됐다. 이게 내가 쓴 글인가 싶은 내용들이 많았다. 이렇게 위태로운 채로 용케도 온전히(라고는 할 수 없나) 살아왔구나 싶었다.
내가 남기는 글들에는 사람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나오더라도 이름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거나 없었던 것 같은데, 어제 처음으로(아마도) 이름을 쓰게 됐다. 왜인지 모르지만 줄곧 그래 왔다. 이름을 넣어두고 보니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글 같았다. 의도했던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솔직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늦은 봄눈 같은 미소와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