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못 가게 됐는데 저랑 야구장 같이 가지 않을래요?"
그 무렵의 나는 무척이나 한가했고(지금도 그런 것 같지만) 야구장엔 고교시절 이후엔 가본 적이 없어서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불편하지 않은 후배였고, 그렇게 야구장을 몇 번, 서로 시간이 맞으면 심심할 때마다 만나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사이가 되었다.
"전 우리가 이렇게 친한 사이가 될 줄 몰랐어요, 사실 전 선배가 제 인생에 있어도 없어도 크게 영향이 없을 사림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딱히 서운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리라.
그렇게 몇 개월 정도 지났을 때 우린 상당히 모호한 관계가 돼 있었다. 연인 같기도 하고, 아주 가까운 선후배 사이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녀는 준비하던 취업을 하게 되었고, 만남의 빈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몇 번인가 관계를 정의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자연스럽다는 건 어쩌면 나의 관점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 이후의 이야기를 나는 어떤 것도 전해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더 이상 나의 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제야 어렴풋한 상황들이 선명해져 갔다.
집을 나설 때에도 돌아올 때에도 늘 생각한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은 어디일까. 저기 저 9번 출구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 때때로 부러웠다.
모든 사람들과 이어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던, 알고 있는 한 사람이면, 삶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에 가까운 단어로 만들 수 있었다.
해가 저무는 시간이 빨라졌다. 창을 열고 달려도 더 이상 덥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이 자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