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유럽여행 회상기 05
첫 유럽여행을 준비하면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이 다섯 나라는 꼭 가리라 마음먹고 루트를 짰다. 서유럽 대표 국가들이지만, 독일이라는 나라는 어딘가 조금 달랐다. 동독과 서독으로 나뉜 분단국가였다는 점이어서일까, 아니면 유럽연합을 이끄는 경제 대국이라서? 이유가 뭐였건 호기심이 생기는 나라였다.
브뤼셀에서 기차를 타고 2시간을 달리면, 어느새 국경을 넘어 쾰른 중앙역에 도착한다. 원래는 수도 베를린으로 곧장 가도 되었지만 기차로 대여섯 시간을 타고 가기에는 체력적으로 지칠 것 같았다. 그렇게 중간에 한 번 들른 도시가 바로 쾰른(Köln)이었다.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는 바로 2시간 뒤에 있었고, 그동안 간단하게 점심도 먹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무거운 캐리어는 코인로커에 맡겨두고, 출구를 찾았다. 중앙역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투명 유리창 밖으로 보이던 고딕풍의 거대한 성당이 바로 쾰른 대성당임을 직감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로 코앞에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일단 감탄이 먼저 나왔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에 저절로 손이 갔다. 그런데 전부 담기지가 않는다. 너무 높기 때문이었다. 쾰른 대성당은 고딕 건축의 대표 성당 중 하나이고, 하늘을 찌를듯한 첨탑이 인상적이다. 높이가 무려 150미터가 넘는 대규모 성당으로, 1200년대부터 600년이 넘는 공사기간을 거쳤다고 한다. 쾰른 대성당의 가장 높은 부분을 찍기 위해서 허리와 목을 뒤로 대차게 꺾어야만 했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높은 천고가 경이로웠다. 종교의 힘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기도 했다.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서 쾰른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이 성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올라 올라가지 않았다. 너무나도 웅장하고, 경이롭고, 인간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한없이 작아짐을 느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독일어도 참 신기했다. 계속 중앙역 주변을 맴돌며 구경하다 보니 배가 고파졌다. 커리부어스트라는 것을 먹어보기로 했다. 독일에 왔으면 소세지와 맥주 아니겠어? 하며 현지인인지 관광객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람들이 가장 많이먹는 메뉴로 똑같이 주문했다. 딱딱한 빵 한덩이와 커리부어스트를 5유로에 사먹었다.
이날의 커리부어스트는 어찌나 맛있던지 독일에서 먹은 것들 중 베스트 음식으로 기억될 정도였다. 그냥 소세지에 카레가루가 뿌려진 케첩소스였는데, 뭔가 달라도 달랐다. 너무 빨리 해치우는 바람에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을 정도였다. 그렇게 알찬 2시간을 보내고 베를린 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도착하니 해가 다 넘어가버렸다. 사위가 어두워지자 갑자기 낯선 도시에 뚝 떨어진 느낌이 들어 조금 위축됐다. 누가봐도 길 잃은 여행객의 모습이었다. 나는 얼른 숙소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고 싶었는데, 어려운 교통시스템과 독일어가 도통 눈에 익질 않아 한껏 예민해졌다. 그래도 어찌저찌 숙소에 도착해서 한시름 놓은 지 10분 만에, 다시 야경을 보러 나갈 채비를 하고있는 것이었다.
참 나도 나야. 하루만에 브뤼셀-쾰른-베를린 세 도시를 넘나들며 지치지도 않다니.
그렇게 베를린에서의 첫날 밤, 나는 이 거대한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서서 긴장감을 날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