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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Jul 14. 2023

너네도 밸런타인데이를?

인터넷에서 오늘이 실버데이라는 글을 보면서 "요즘 별 데이가 다 있구나.", "이런 걸 챙기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사우디 남자들이  밸런타인 데이를 챙기기 시작했다. 모두들 자기들이 얼마나 로맨틱한지 뽐내기를 하듯 아내를 위해 뭘 샀고 어디 가서 뭘 할지 계획을 쭉 설명하기도 했다. 레스토랑과 카페엔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노린 듯한 패키지 상품들이 출시되었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는 예약이 금세 마감되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밸런타인데이는 세속적이라 챙기지 않는다고 했던 너희들인데....


나에게 계획을 묻는 동료에게 한국 스타일을 설명해 주었더니 남자답지 못하다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니들이 이걸 언제부터 챙겼다고?

초코렛 가게에는 선물용 초코렛이 잘 포장되어 있다.


오래전 한국에선 초콜릿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게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다. 시즌이 다가오면 너도나도 방산시장으로 달려가고 대형마트에서는 초콜릿 만들기 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초콜릿을 녹여 다시 굳혀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재창조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했었다.

예전 어디에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녹였다가 굳혀서 왜 다시 주는 거야? 그냥 사서 주는 게 낫지 않나? 이건 그냥 미분했다가 적분하는 거잖아!"

"미분했다 적분하면 적분상수가 생기잖아. 그게 사랑이라는 거야."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Patchi 브랜드의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 화이트데이를 기념해 잔뜩 사다 주려 했는데 너무 비싼 가격 탓에 가까운 동네 초콜릿 가게에서 수제 초콜릿을 구매해 아내에게 전달해 주었다.

아내가 먹고 싶어 했던 그 초콜릿


비록 내가 직접 빚어낸 사랑의 적분상수는 들어있지 않지만 고객을 향한 쇼콜라티에의 사랑과 초콜릿 가게를 헤매고 다닌 나의 사랑과 정성의 상수는 가득 흘러넘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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