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오늘이 실버데이라는 글을 보면서 "요즘 별 데이가 다 있구나.", "이런 걸 챙기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사우디 남자들이 밸런타인 데이를 챙기기 시작했다. 모두들 자기들이 얼마나 로맨틱한지 뽐내기를 하듯 아내를 위해 뭘 샀고 어디 가서 뭘 할지 계획을 쭉 설명하기도 했다. 레스토랑과 카페엔 밸런타인데이 특수를 노린 듯한 패키지 상품들이 출시되었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과 카페는 예약이 금세 마감되기도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밸런타인데이는 세속적이라 챙기지 않는다고 했던 너희들인데....
나에게 계획을 묻는 동료에게 한국 스타일을 설명해 주었더니 남자답지 못하다며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어댔다. 니들이 이걸 언제부터 챙겼다고?
오래전 한국에선 초콜릿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게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다. 시즌이 다가오면 너도나도 방산시장으로 달려가고 대형마트에서는 초콜릿 만들기 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초콜릿을 녹여 다시 굳혀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재창조한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라 생각했었다.
예전 어디에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녹였다가 굳혀서 왜 다시 주는 거야? 그냥 사서 주는 게 낫지 않나? 이건 그냥 미분했다가 적분하는 거잖아!"
"미분했다 적분하면 적분상수가 생기잖아. 그게 사랑이라는 거야."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Patchi 브랜드의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 화이트데이를 기념해 잔뜩 사다 주려 했는데 너무 비싼 가격 탓에 가까운 동네 초콜릿 가게에서 수제 초콜릿을 구매해 아내에게 전달해 주었다.
비록 내가 직접 빚어낸 사랑의 적분상수는 들어있지 않지만 고객을 향한 쇼콜라티에의 사랑과 초콜릿 가게를 헤매고 다닌 나의 사랑과 정성의 상수는 가득 흘러넘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