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휴가 가기 전, 하루종일 일이 안 풀린다.
사우디에서 지내면 대부분의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데, 오늘은 정말 끝판왕이다. 아직 난 사우디에 적응이 되지 않았나보다.
1. 환전을 하기 위해 환율을 가장 잘 쳐준다는 은행을 찾아 차로 50분을 달려 찾아갔다.
"내 달러통장에서 이만큼 뽑아줘."라고 했더니 수수료 250 달러를 내라고 한다.
"뭐야! 다른 지점은 수수료 안 받는다는데 너넨 왜 받아?"
"그럼 그 지점 가서 뽑아. 아! 수수료 안내는 방법이 있어. 니 달러통장에서 사우디통장으로 옮긴 뒤 뽑으면 수수료가 없어."
그래서 옮기고 뽑으려 하니 은행직원이 하는 말이 "그런데 사우디통장에서 달러를 뽑으면 환율이 달라져." 즉, 다른 은행과 똑같다는 말이다.
결국 돈도 못 찾고 리알->달러 그리고 달러->리알 환전비용만 60불 날렸다.
2. 집에 들어오니 에어컨이 고장 났다. 에어컨 기사를 불렀더니 실외기와 외부 컴프레서 중 하나가 문제인데 밖이 너무 더워서 저녁에 온다고 한다. 4시 반에 비행기 타러 가야 하니 그전에 와서 고치라 하니 알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사는 오지 않았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3. 주방 형광등이 나갔다. 전기기사가 와서 형광등을 교체하더니 전원공급장치가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교체하기로 했다.
그러다 작업 중에 형광등을 떨어뜨려서 깨 먹었다.
그놈은 고치고 있고 난 밑에서 청소기 돌리고 있고 에어컨은 안 나오고.... 돌아버릴 것 같다.
4. 전기기사가 일을 마무리하니 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오지 않는다. 택시회사에 전화를 하니 미안하다며 지금 보내겠다고 한다.
5. 휴가를 가는 날이니 마음을 추스르고 좋은 마음만 갖고 떠나기로 한다. 무사히 체크인을 하고 들어왔는데 추억의 파파이스가 보인다.
오랜만에 닭튀김 하나 먹고 싶어서 시켰는데 메뉴판보다 5리알 (1500원)을 더 받는다.
“야 너 왜 돈 더 받아?"라고 했더니 "여긴 라지사이즈만 팔아서 무 조건 사이즈 업 해야 해."
옆을 보니 작은 콜라컵이 보여서 "여기 작은 거 있네 나 작은 거 해줘."라고 하니 "저건 키즈메뉴야."
"그럼 나 키즈메뉴 먹을래. 키즈로 해줘."
"넌 키즈가 아니라 안돼."
이제 더 이상 너랑 싸울 힘도 없다. 아무 문제 없이 한국까지 무사히 가길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