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선배가 회사에서 아내와 통화를 하다 언성이 높아졌는데 그걸 본 사우디 동료가 “와이프가 말 엄청 안 듣지? 원래 첫 번째 와이프는 다 그래. 내가 얼마 전에 두 번째 와이프를 얻었는데 말도 엄청 잘 듣고 좋아. 너도 두 번째 와이프 두면 좋을 거야.”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선배는 "아내랑 좀 다투었다고 두 번째 아내를 맞으라니, 여자들은 불안해서 입이라도 뻥끗하겠어? “라며 혀를 끌끌 찼다.
일부다처제가 궁금해서 회사동료와 일부다처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무슬림들에게 일부다처제란 어떤 의미일까?
나 : 무슬림들은 아내 4명과 결혼할 수 있어서 좋겠다.
A : No! 한 명도 머리 아픈데 두 명을 어떻게 감당하냐? 지금 와이프의 잔소리만으로 충분히 힘들어. 그리고 큰 문제는 모든 아내에게 공평하게 대해 줘야 해. 가방을 사주려면 비슷한 가격의 가방을 모두에게 사주고, 외식을 한 번 하면 다른 아내들과도 똑같이 해야 해. 잠자리도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해야 한단 말이지.
대부분의 남자들이 일부다처제를 원할 거라는 나의 예상을 빗나가는 대답이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토마시’가 그랬던 것처럼 사랑의 자유함을 추구할 줄 알았는데, 이들의 결혼에도 무거운 책임감이 따랐다.
나 : 그럼 아내가 두 명이면 어디에 살아?
A : 집을 두 개 얻거나 큰집을 사서 위층과 아래층에 나눠져서 살아. 그러려면 돈도 많아야 하지. 게다가 아이들까지 챙기려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나 : 골치 아프다면서 일부다처제를 하는 이유가 뭐야?
A : 이건 권장이라기보다 허용이야. 사람들 중에는 성욕이 아주 왕성한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은 한 명의 여자로 만족을 못하는 사람들인데 밖에 나가서 외부 여자와 관계를 가지면 성병에 걸릴 위험도 있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잖아.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일부다처제가 있는 거지.
그리고 아내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건 아주 심각한 문제야. 무슬림에게 아이를 낳는 건 아주 중요한 일이거든. 그래서 두 번째 아내를 맞이하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 새 아내를 얻으려면 본처에게 동의를 얻어야 해.
어찌 보면 가족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조선시대의 ‘첩’ 보다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라는 생각도 들고 복잡했다.
한편, MZ세대에 해당되는 또 다른 동료에게 일부다처제를 물으니, “그 얘기 꺼내는 즉시 아내가 날 죽이려 할 거야. 난 자신없어.“라며 펄쩍 뛰었다. 그리고 이제 일부다체제도 사우디에선 흔한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전통을 고수하며 남성 중심적인 문화를 가진 사우디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