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처음으로 사우디에 출장을 온 적이 있었다. 주말에 시내를 둘러보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파키스탄 출신 운전기사가 "이 싸우디 새끼들"이라고 중얼거리며 운전을 하는 거다. 아마 난폭운전을 하는 사우디 사람들에게 한국사람들이 했던 말을 아주 잘 배운 듯했다.
사우디에서 운전을 하면 혈압이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한다.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운전자들은 자주 보게 되고 사고 난 장면도 수시로 보게 된다.
사우디인의 운전습관은 몇 가지로 분류되는데 몇 년간 살면서 저것들이 왜 저러는지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
1. 과속
도로에서는 빨리 가지 못해서 안달이 난 듯하다. 정말 광인들이 따로 없을 정도로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특히 출퇴근 시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
- 출근 시에는 집에서 미적거리고 늦잠 자다가 지각이 우려되어 밟기 시작한다.
- 퇴근 시에는 집에 빨리 가서 미적거리고 싶어서 집까지 날아간다.
그러다 알라를 만나러 훌쩍 떠나버리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매니지먼트에서 늘 강조하는 말이 "여러분 과속하지 마세요. 출근 좀 늦어도 됩니다. 늦는다고 여러분에게 뭐라 하는 팀장 없어요. 무사히 회사까지 오고 무사히 집까지 가세요."
2. 방향지시등
대부분의 사우디인들은 방향지시등을 이용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팀미팅 때 방향지시등 위치를 알려주며 이용하자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려 하면 뒤에서 미친 듯 달려온다. 정말 무섭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사우디 사람들은 내가 차선을 옮길 거라는 걸 알려주지 않은 채 휙 바꿔버린다. 그래야 소기의 목적을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다. 좌회전 우회전 시도 마찬가지!
이것도 양보를 하면 그만큼 목적지에 빨리 가서 쉴 수없으니 게으름에 의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3. 곡예운전
정말 기상천외한 모습을 많이 보는데 고속도로 1차선에서 한 방에 exit로 빠져나가는 건 다반사 (가장 오른쪽 차선으로 가다가 출구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구급차 뒤로 따라가기, 고속도로 1차선 갓길로 달리기, 그리고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유를 사우디 동료에게 물어보니 남자다움을 과시하려는 행동이라고 한다.
4. 어린이 드라이버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어린이들이 운전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운전이 불가능해서 드라이버가 없는 집은 아버지가 일터에 나간 사이 누나와 엄마를 태우고 여기저기 달리는 초등학생, 중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금도 뭔 운전을 저렇게 하나 싶어 운전자를 보면 수염도 안 난 꼬맹이가 내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운전이 험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도 이곳에서 단련된 나는 정말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고, 부산사람들도 고향에 돌아가면 젠틀한 부산 운전자들이라고 칭송한다고 한다.
사우디사람이 세계 최악의 운전자들이라 여겨지는 이유를 종합해 보면, 이곳 사람들의 특유의 게으른 습성과 교육의 부재 때문이고 마초적인 남성상을 동경하는 개인의 취향 때문인 것 같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