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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Jul 20. 2023

사우디에서 운전하기 (분노 편)

2011년에 처음으로 사우디에 출장을 온 적이 있었다. 주말에 시내를 둘러보려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파키스탄 출신 운전기사가 "이 싸우디 새끼들"이라고 중얼거리며 운전을 하는 거다. 아마 난폭운전을 하는 사우디 사람들에게 한국사람들이 했던 말을 아주 잘 배운 듯했다.




사우디에서 운전을 하면 혈압이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한다.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운전자들은 자주 보게 되고 사고 난 장면도 수시로 보게 된다.

사우디인의 운전습관은 몇 가지로 분류되는데 몇 년간 살면서 저것들이 왜 저러는지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


1. 과속

도로에서는 빨리 가지 못해서 안달이 난 듯하다. 정말 광인들이 따로 없을 정도로 날아다니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특히 출퇴근 시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

- 출근 시에는 집에서 미적거리고 늦잠 자다가 지각이 우려되어 밟기 시작한다.

- 퇴근 시에는 집에 빨리 가서 미적거리고 싶어서 집까지 날아간다.

그러다 알라를 만나러 훌쩍 떠나버리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매니지먼트에서 늘 강조하는 말이 "여러분 과속하지 마세요. 출근 좀 늦어도 됩니다. 늦는다고 여러분에게 뭐라 하는 팀장 없어요. 무사히 회사까지 오고 무사히 집까지 가세요."


2. 방향지시등 

대부분의 사우디인들은 방향지시등을 이용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팀미팅 때 방향지시등 위치를 알려주며 이용하자는 프레젠테이션을 했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려 하면 뒤에서 미친 듯 달려온다. 정말 무섭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래서 사우디 사람들은 내가 차선을 옮길 거라는 걸 알려주지 않은 채 휙 바꿔버린다. 그래야 소기의 목적을 무리 없이 달성할 수 있다. 좌회전 우회전 시도 마찬가지!

이것도 양보를 하면 그만큼 목적지에 빨리 가서 쉴 수없으니 게으름에 의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옆 차가 비켜주지 않아 화가 났는지 그냥 받아버렸다.


3. 곡예운전

정말 기상천외한 모습을 많이 보는데 고속도로 1차선에서 한 방에 exit로 빠져나가는 건 다반사 (가장 오른쪽 차선으로 가다가 출구로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구급차 뒤로 따라가기, 고속도로 1차선 갓길로 달리기, 그리고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유를 사우디 동료에게 물어보니 남자다움을 과시하려는 행동이라고 한다.

옆 차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화가 난 동승자가 창밖으로 화를 낸다.
화가 과했는지 그만 떨어져버렸다.


4. 어린이 드라이버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어린이들이 운전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운전이 불가능해서 드라이버가 없는 집은 아버지가 일터에 나간 사이 누나와 엄마를 태우고 여기저기 달리는 초등학생, 중학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금도 뭔 운전을 저렇게 하나 싶어 운전자를 보면 수염도 안 난 꼬맹이가 내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운전이 험하기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도 이곳에서 단련된 나는 정말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고, 부산사람들도 고향에 돌아가면 젠틀한 부산 운전자들이라고 칭송한다고 한다.


사우디사람이 세계 최악의 운전자들이라 여겨지는 이유를 종합해 보면, 이곳 사람들의 특유의 게으른 습성과 교육의 부재 때문이고 마초적인 남성상을 동경하는 개인의 취향 때문인 것 같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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