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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Jul 20. 2023

사우디에서 운전하기 (이해 편)

휴가 차 한국에 와서 운전을 하면 규정속도도 너무 느리고(사우디 일반도로는 80-100km/h, 고속도로는 120-140km/h이다.) 차들이 민첩하게 움직이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그런 날 보며 아내는 사우디에서처럼 운전하지 말라고 한다. “여보! 여긴 한국이야.”




사우디에서 운전이 적응이 되지 않았을 땐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입이 금세 걸레가 되어 버렸는데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이해도 되니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게 된다.

사우디에서 운전 중 가장 열받는 포인트가 3가지가 있는데, (이미 분노 편에서 나온 것들) 얘들이 왜 이런가 곰곰이 생각하고 들여다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1.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빵빵!!

처음 사우디에서 운전을 했을 때 이걸 당하며 스트레스도 받고 무례한 놈들이라며 분노하곤 했는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보통 신호등은 차량이 정지선에 멈추었을 때 잘 볼 수 있게 수 미터 뒤에 위치하는데 사우디는 신호등이 정지선 바로 위에 위치해 있다. 즉, 정지선에 멈춘 차는 신호가 바뀌어도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뒷 차들이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젠 신호등 앞에서 신호 변경 여부를 주시하지 않는다. 뒤에서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2. 방향지시등 미사용

우린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차선 변경을 하거나 방향을 전환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그 약속을 지키는 운전자는 외국인 중 극히 일부이다. 이것도 잘 들여다보면 그렇게 열받을 일도 아니다.

사우디에서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바꾸거나 끼어들기를 시도하려 하면 공간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득달같이 달려든다. 절대 이 공간은 내어주지 않겠다는 거다. 그러니 사람들이 찾아낸 방법은 기습 끼어들기이다. “난 이길로 계속 갈 거야~”라고 운전하는 척하다가 기습적으로 차선을 바꿔야 안전하게 목표를 이뤄낼 수 있다.


3. 고속도로 1차선에서 횡으로 이동하여 출구진출

사우디는 주변 풍경이 비슷비슷해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출구가 어디쯤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사우디 용자들은 1차선에서 질주를 하다가 갑자기 출구가 나타나면 “앗 여기가 출구닷.” 하며 횡으로 순간이동하여 빠져 나간다.

처음엔 이런 모습을 보며 흠칫 놀라며 욕사발을 퍼부었는데 이젠 뭐 껄껄거리며 넘길 수 있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긴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다 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길 막힌다고 갓길과 인도로 질주하는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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