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공부를 할까 해서 책을 뒤적거리다 책장 사이에 꽂혀 있던 사진엽서 한 장을 발견했다. LG전자 연구소에 입소하고 연구소장님과 면담 중 소장님 자리에 앉아 찍은 사진인데 나중에 꼭 연구소장 자리에 앉길 바란다고 하신 말씀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LG전자에 오랜 기간 근무하지 않아서인지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지 않지만 순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했던 따뜻한 감정은 아직 마음속에 남아있다. 당시 함께 일했던 분들은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사진 속 전시문 소장님은 몇 년 전 LG전자 부사장이 되어 승승장구하고 계신다 들었는데 지금은 뭘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진다.
어딘가에 적을 두고 있던 곳을 떠나는 일은 많은 생각과 결단을 필요로 한다. 회사를 이직할 때도 교회를 옮길 때에도 그랬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일들에 대해 옳으냐 그르냐라고 묻는다면 이런 류의 문제는 옮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평안하냐 그렇지 않냐의 감정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늘 아쉬운 이유는 함께 했던 사람들과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얼마 전부터 회사캠프 내에 있는 미국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수년간 출석했던 한인교회를 떠나려 하니 이런저런 고민과 함께 이것이 옳은 일 인가 그렇지 않은 일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과연 행복하고 평안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사진 속에 웃고 있는 10여 년 전의 나도 그리고 이 밤에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나도 그때의 선택과 지금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오래간만에 김동률 옹의 노래를 들으며 하루를 정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