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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Jul 22. 2023

회식은 사막 한 가운데서

아주아주 오랜만에 팀회식을 한다고 해서 장소를 알려달라 했더니 구글맵에서 사막 한가운데를 찍어준다.    (10년 간 두 번의 점심회식 그리고 한 번의 저녁회식을 했는데 그 저녁회식이 바로 이거다.) 음식점도 아니고 사막? 게다가 좌표를 찍어주며 녀석이 하는 말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여기쯤 될 거야. 근처에 가면 보일 거야.” 라며 구글맵 좌표를 찍어주는데 과연 가도 되는 것인가 의심이 들었다. 아무튼 사막길을 달리고 달려 구글맵에 찍힌 대로 찾아가니 저 멀리 커다란 천막 하나가 보인다. “아 저기구나.” 

차에서 내리니 회사동료들이 포옹과 칙키스를 하며 나를 반겨준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대추야자, 꿀빵 그리고 아라빅 커피를 애피타이저 삼아 수다가 시작된다. 대화 중간중간 계속 먹을 것을 주는데 그만 달라고 말하지 않으면 계속 채워준다. 벌써 배부른데...


1차 애피타이저가 끝나면 2차로 양간을 양곱창으로 돌돌 말아 숯불에 구운 양간곱창구이가 나온다. 이게 아주 꿀맛이다.

슬슬 지겨워지고 빨리 메인 먹고 집에 가고 싶은데 5시부터 8시까지 애피타이저만 먹고 수다만 열심히 떨고 있다. 족구라도 한 판하면 좋을 텐데....

양간 곱창돌돌말이


8시 반! 드디어 메인요리로 양고기와 염소고기가 나왔는데 애피타이저를 너무 많이 먹어버렸다. 이게 진짜 맛있는 음식인데 그놈에 애피타이저 때문에 식욕을 잃어버렸다.

이런 음식을 가운데 놓고 둘러앉아 손으로 먹는다.


배도 부르고 잠도 솔솔 와서 이제 끝이 나려나 했는데 다들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11시 반이 되었는데도 집에 갈 생각은 하지도 않고 차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다. 오후 5시부터 11시 반까지 6시간 반동안 술 없이 맨 정신으로 사내들끼리 수다를 떨다니,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내 모습이 지겨워 보였는지 옆 친구가 조용히 한마디 던진다. “너 와인 먹고 싶지? 큭큭” 

“어, 나 와인 마시러 집에 가야겠다.”라고 하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역시 회식은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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