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마시다가 비워져 가는 잔을 보니, 문득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난 맛있게 먹고 있는데 왜 별로라는 거지?? 광고가 무섭긴 무섭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맥주에는 엔젤링(Angel Ring)이 있어야 좋은 맥주라는 편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엔젤링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되는 용어이다. 몇 년 전 ‘아사히 맥주' 광고에 속아버린 우리는 엔젤링이 있어야 좋은 맥주라는 믿음을 갖게 되어 버렸다.
이 엔젤링이라고 불리는 용어는 레이싱(Lacing)이라고 한다. 맥주거품이 잔 벽에 남는 현상인데 이 맥주 거품은 비어헤드(Beer head)라 부르고 이 거품은 몰트와 홉에 의해 생성이 된다. 주로 밀몰트나 카라필스 몰트를 사용하면 풍부한 헤드가 형성되고(그래서 바이젠 맥주에 거품이 엄청 많이 생긴다.) 홉의 사용정도 그리고 탄산화 정도에 따라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즉, 맥주의 품질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 엔젤링 아니 레이싱이다. 어떤 이들은 맥주잔의 청결정도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도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갈린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맥주 한잔을 몇 모금에 마셨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을 보니 나는 Half pint는 14모금 정도에 비울 수 있다. 아주 찔끔찔끔 마시는 것이다.
어쨌든 엔젤링이고 뭐고 그게 뭐 중요한가. 그냥 좋은 사람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그렇게 잔을 비우고 마음을 채워가는 게 중요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