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트라피스트 에일(수도원 맥주)을 만들어서 친구에게 맛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그는 한 모금 마신 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가 말하는 듀벨은 Duvel인가 Dubbel인가 잠시 혼동 됐지만 전자를 지칭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나의 트라피스트 트리펠(Tripel)을 벨지안 골든에일 따위에 비교하다니.... 어쨌든 벨기에에일 맛을 냈으니 나름 성공적이었다.
예전부터 수도사(monk)들은 맥주를 만들어왔다. 첫째 이유는 금식기간 동안(사순절) 액체류 섭취만 가능했는데 건강 상의 이유로 교황청에서는 액체빵인 맥주를 허용했다. 맥주는 주원료가 맥아(곡물)인데 영양분을 생각하니 많이 넣어야 했고 그러다 보니 당분이 많아져 도수가 높아졌다.
수도원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를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라 하고, 이는 세 종류로 나뉘는데 듀벨(Dubbel), 트리펠(Tripel), 그리고 쿼드루펠(Quadrupel)이다. 두 배, 세 배, 네 배의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 그만큼 많은 양의 몰트를 넣어 알코올도수가 높아진다.
트라피스트 에일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트라피스트 협회에서 인정한 것만 진짜 수도원 맥주인데, 모든 수익은 수도사 및 수도원 생활에만 쓰이고 나머지는 불우이웃을 돕는데 쓰인다고 한다. 알고 있는 수도원 맥주는 베스트말레, 오발, 로슈포트, 시메이, 라 트라페가 있다. 협회에서 인정한 맥주는 육각형 인증마크가 새겨져 있고 맥주 외에 치즈에도 인증마크를 붙인다.
수도원맥주는 대부분 생맥을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유는 병에서 2차 발효 및 숙성을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병입 한 지 1~2년이 지난 뒤 마시면 색다른 맛을 준다고 하는데.... 보이면 먹어 치워 버리니 그 맛을 느낄 새가 없다.
폴란드 마트에 가니 우리나라에선 한 병에 3만 원이 넘는 맥주를 5천 원에 팔고 있어서 냉큼 집어왔다. 아직 반도 못 마셨는데 높은 도수 때문에 어질어질하고, 이런 명품맥주 마시며 맛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아참 이걸 먹다 친구가 말한 듀벨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 듀벨(Duvel)은 악마를 지칭하는 말이고 양조사의 친구가 "이 맥주 악마 같아!"라는 감탄을 하고 나서 'Victory ale'에서 'Duvel'로 이름이 바뀌었다. 즉, 듀벨은 'Dubbel'이 아니라는 것!
집에 만들어 놓은 나의 트리펠은 잘 익어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