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몰트에서 당분을 뽑아내는 당화과정, 홉을 넣어 향을 뽑고 소독을 위한 끓임과정, 발효온도를 맞추기 위한 냉각과정 그리고 알코올을 만들기 위한 발효과정이다.
발효가 끝나면 알코올이 들어있는 맥주가 만들어지는데 발효가 끝나자마자 마시는 맥주에는 탄산이 들어있지 않아 김 빠진 콜라는 먹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맥주에 탄산을 넣어주어야 한다. 홈브루잉에서 두 가지 방법으로 탄산화 작업을 하는데, 하나는 자연탄산화이고 또 다른 방법은 강제탄산화이다.
자연탄산화는 맥주를 발효통에서 병으로 옮긴 뒤, 설탕을 넣어 탄산을 만들어 낸다. 맥주에 살아 있는 효모가 설탕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되고 그 가스가 맥주에 녹아들어 탄산감을 주게 된다. 맥주의 종류마다 적정 탄산압이 다르지만 보통 1리터의 맥주에 7g의 설탕을 넣어 약 10일간 추가 발효 시켜주면 괜찮은 탄산감이 있는 맥주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약 20개의 병을 소독하고 맥주를 옮기고 설탕 넣다 보면 가끔씩 현타가 오기도 하고 무엇보다 2차 발효를 한 맥주는 바닥에 효모의 침전물이 많이 쌓여 맥주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강제탄산화는 맥주를 발효통에서 스테인리스 케그로 옮긴 뒤, 이산화탄소를 강제로 주입시켜 맥주에 녹아들게 한다. 맥주를 병 하나하나에 옮겨야 하는 수고도 필요 없고 추가발효로 인한 부산물도 생기지 않아 본연의 맥주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병에 설탕을 채우다 갑자기 현타가 와서 강제 탄산화를 하기로 했다. 강제 탄산화를 위해 케그, 가스통, 각종 튜브를 구입했고 가장 마지막 단계인 케거레이터(Kegerator)를 만들었다.
고급스러운 러시아제 삼나무의 결과 옹이마저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세심한 마무리!
결로를 막아주는 웨더링처리와 완벽한 실링!
완벽한 탄산압을 위한 맥주관과 압력 분배기 설계까지!
제대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던가....
앞으로 3종류의 신선하고 맛있는 맥주를 한 번에 맛볼 수 있게 되었다.
월급 열심히 모아서 구멍 두 개 더 뚫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해야겠다. 지루한 사우디에서 이 얼마나 건설적이고 이로운 작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