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사우디 구석 바닷가 마을에 살다 보니 어느덧 자급자족 하는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펜시한 레스토랑이나 쇼핑몰에 한 번 나가려면 왕복 두 시간을 운전해서 다녀와야 하고 나가더라도 딱히 맛있는 음식이나 가보고 싶은 곳은 거의 없어 동네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 그 덕에 동네 사람들의 요리실력은 깜짝 놀랄 만큼 발전했다. 얼마 전 한국에 다녀온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여기 음식 먹다가 한국 가서 먹으니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고 맛있는 요리를 하는 음식점은 손에 꼽을 정도란다. 매일 삼시세끼 음식 차리고(점심시간에 아빠와 아이들이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다시 학교로 회사로 간다.) 주말엔 파티준비에 술안주까지 만들어내니 요리실력이 늘 수밖에 없고, 좋은 재료만 사용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길 건너 사는 친구는 중국요리를 너무 많이 해서 중식 전문가가 되었고, 그 집에서 중식 먹고 나면 도원이나 팔선에 가도 성이 차지 않는다. 그 친군 회사 잘리면 중국집 차린다고 한다.
얼마 전 우리 동네에 빵 장인이 이사 온 뒤로 동네 아줌마들은 모두 사워도우와 케이크 만들기에 빠져 온 동네가 빵을 굽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나곤 했다.
최근에 아내가 만든 초콜릿케이크는 지금껏 먹어본 초콜릿케이크 중 최고로 맛있어서 나만을 위해 만들어 달라는 주문도 넣었다. 이 동네에서 비싼 린트 초콜릿을 대량으로 넣어야 하지만, 디카페인 에스프레소와 밤에 먹으면 완전 꿀맛!
아무리 한국에서 막는 음식이 질이 떨어진다지만 한국에 가서 뭐 좀 사 먹어보고 싶다. 김밥천국의 김밥, 봉피양 갈비, 하동관 설렁탕 한 그릇과 명월집에서 백반 한 상 먹으면 참 좋겠다. 누룩나무에서 브릭에서 그리고 그냥 아무 곳에서 친구들과 영양가 없는 얘기 두런두런 나누는 즐거움도 누려보고 싶다.
그래도 제일 그리운 건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소고기 뭇국과 조기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