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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꽐라 Sep 05. 2023

이탈리아 남부의 기억으로 만든 세종(Saison)

가파른 절벽 가운데 파스텔톤 집들과 레몬나무가 켜켜이 저미어져 있고 뱅그르르 난 틈은 지나가는 자동차로 슬며시 채워진다.

강렬한 햇살은 선글라스를 파고들어 자연스레 눈이 찌푸려지고 햇살에 그을린 브론즈빛 여인들의 모습에 자연스레 눈이 번쩍인다. 상큼한 레몬향기가 침샘을 자극하고 살짝살짝 스치는 바다의 비릿한 내음과 금세 자른 듯한 풀의 진액냄새가 기분을 한껏 끌어올린다.

내 마음에 남아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기억이다. 개인적인 최애 여행지는 토스카나 소도시들이지만, 더 즐기지 못한 아쉬움 때문인지 자주 눈앞에 떠오른다.


세종(Saison)이란 맥주는 벨기에 농부들이 농번기 때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마시는 맥주였다.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 용도로 만들어졌는데 그 맛은 달달한 막걸리와 정반대다.

높은 온도에서 발효되는 특성상 신맛이 두드러지고 효모의 에스테르로 인해 알싸한 페퍼향과 과일향이 어우러져 세종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세종과 이탈리아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탈리아 남부를 떠올리며 만들어 보았다. 레몬 따기에 지친 농부들이 레몬첼로 한 잔 입에 털어 넣고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듯, 레몬향을 강조하기 위해 소라치에이스와 넬슨쇼비뇽 홉 그리고 고수씨앗을 사용했고 레몬첼로 같은 강렬함을 위해 알코올함량도 높여 보았다. 세종특유의 페퍼리함과 풀향은 그대로 유지해 주었다.


이탈리아 농부들이 이 맛을 알았다면 레몬첼로는 역사 속에서 사라졌을까?ㅋ


비발디의 사계 중 손열음이 피아노로 연주한 ‘여름’을 들으며 한 잔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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