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의 화룡점정은 바로 서빙온도와 압력이다.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을 때 입안에서 느껴지는 뽀글거리는 탄산감,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순간의 따끔함. 탄산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
맥주 종류마다 서빙 온도와 압력이 다르지만 보통 집에서 마실 때는 약 섭씨 5도에서 12 psi로 가스를 넣고 동일한 압력으로 서빙을 해서 마신다.
그런데 12 psi의 압력으로 맥주를 밀어내니 속도가 너무 빨라 터뷸런스가 생겨 거품만 가득하고 압력을 5 psi로 내려서 서빙을 하니 탄산이 과해 목이 따갑고 맥주 나오는 속도도 너무 느렸다.
그때 떠올랐다. 베르누이 방정식이 이걸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는 걸!
펌프 배관 길이 설계를 하는 것과 동일하게 입구압력, 튜브직경, 출구압력, 튜브 거칠기, 맥주점도, 등등 다 주어져 있으니 laminar flow가 되기 위한 속도를 구하고 베르누이 방정식에 같이 넣어주면 손실수두를 통해 알맞은 튜브의 길이를 구할 수 있게 된다.
즉, 튜브 내의 마찰로 속도를 줄여 맥주가 배출될 때 부드럽게 나오게 해서 적절한 거품과 상쾌한 탄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된다는 이론! 그렇게 엑셀로 계산식을 만들어 변수만 넣으면 맥주관의 종류와 내경에 따른 길이가 딱 나오게 했다.
그래서 우리 집 맥주 튜브 길이는 1.6m가 나왔다.
베르누이와 레이놀즈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우린 아직도 탄산이 애매한 맛없는 맥주를 마시고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