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계획엔 사우디는 없었어

by 인꽐라

2014년 1월, 회사 사무실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와 연봉과 복지 엄청나네."

"그렇다 쳐도 사우디에서 어떻게 근무하냐?"

"거긴 술도 못 먹는 대."

"회사에서 제공하는 사택에서는 술 마실 수 있대."

"돼지고기도 못 먹는다고?"

"사막 한가운데서 뭐해?"


사우디 정유회사의 채용 공고가 뜬 것이다. 말로만 듣던 꿈의 직장.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그곳에 꼭 가고 싶었다. 곧 사우디 파견이 예정되어 있던 차 사우디 생활은 피할 수 없었고 기왕 갈 거면 부잣집 노비로 가서 일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내에겐 의견을 묻지도 않고 급히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서류합격 통보, 간단한 영어면접 그리고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면접 전날,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에게 입을 열었다.


"여보, 나 내일 면접 보러 가."

"뭐? 무슨 면접? 회사 또 옮기려고?"


지금 이곳에 입사하기 전 여러 회사에서 근무를 했다. 이곳이 나름 처우도 괜찮고 잘 정착한지라 뼈를 묻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2013년 크리스마스이브, 출장지였던 필리핀에서 진급자 명단에서 누락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출장을 보내고 누락시키다니!' 배신감이 들었다. 그리고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우디 정유회사야. 그런데 붙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경력이 최소 8년은 되어야 하는데 난 7년 밖에 되지 않거든. 그냥 외국회사는 면접이 어떤지 경험만 하고 오려고."

"그래, 잘 다녀와. 당신이 좋다는데 나도 좋지 뭐."


면접을 마쳤는데 느낌이 좋았다. 면접관을 제압했다는 기분이 들어서였을까? 아니면 바로 연봉협상을 하자는 제안을 받아서 였을까?


그렇게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로스쿨 공부에 찌든 아내가 밤늦게 집에 돌아오자마자 신 이 나서 얘기를 꺼냈다.

"여보, 합격한 것 같아."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사우디로 가서 사는 거지."

"여보, 내 계획엔 사우디는 없었어. 그리고 내 공부는 어쩌고? 곧 변시 준비도 해야 하는데 정말 이렇게 사람 놀라게 할 거야?"

"나 어차피 사우디로 2-3년 동안 파견 가야 하는데 기왕 가는 거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면 더 좋지 않을까? 3년만 일하고 와서 나도 다시 직장 잡고 당신도 변호사 시작해도 괜찮지 않겠어? 공부하느라 힘들었으니 몇 년 푹 쉬면서 다음 계획을 세워보자. 바짝 돈 벌고 다시 돌아오자!“


그렇게 아내와 합의점을 찾고 2014년 겨울 본격적인 사우디 생활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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