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섯 번이나 기도를 해?

by 인꽐라

점심시간 무렵 회사 화장실을 가면 사우디 동료들이 몸을 씻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알고 보니 점심 기도를 준비하는 것인데 모두가 세면대 앞에 서서 얼굴을 닦고, 손부터 팔꿈치까지 그리고 발도 함께 씻는다. 정말 놀라운 장면은 양말을 신은 채 발에 물을 묻히는 것!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이 출근 준비할 때 무심코 욕실 슬리퍼를 신었을 때 젖은 슬리퍼에 양말이 젖는 그런 무시무시한 일인데, 양말을 신은 채로 양말에 물을 묻히는 행위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무슬림들은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데, 일출기도(파즈르), 정오기도(주 흐르), 오후기도(아스르), 일몰기도(마그립), 밤 기도(이샤)라고 부르고 이걸 통틀어 '살라'라고 한다. 기도 시간은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 매일 바뀌고 기도 시작 전후로 각 모스크마다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요즘은 새벽 3시 정도에 모스크에서 첫 기도를 알리는 아잔 소리가 울린다. 지금이야 적응이 되어 들리지도 않지만, 사우디 입성 초기에는 그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새벽부터 깨는 날이 많았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약 2년 전만 해도 기도 시간이 시작되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다.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기도 시간에 걸리면 셔터가 내려진 어두컴컴한 마트 안에서 대기를 해야 했고, 음식점에서는 주문을 받지 않고 주유소도 문을 닫아 주유소 앞에는 주유를 대기하는 차들이 늘 길게 늘어서곤 했다. 그래서 무슬림이 아닌 사람들은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앱을 설치하고 계획을 잘 세운 뒤 외출해야 했다.


기도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재빨리 음식점에 들어가서 메뉴를 주문해야 했고, 쇼핑은 기도 시간 사이에 재빨리 움직여 끝내야만 했다. 그래서 아내를 재촉하는 일이 잦았고 아내의 심기를 의도치 않게 불편하게 했는데 덕분에 쇼핑 횟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선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귀중한 30-40분을 매장 앞에서 죽치며 날려버리는 건 불가피했으니...


기도 시간 중 영업금지가 폐지된 지금도 일부 보수적인 지역에서는 과거의 관습을 따라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던데 그 사람들의 시간은 아직 우리의 2년 전에 머물러 누군가의 아내를 재촉하고 있지는 않을까?




기도에 대한 글을 적다 보니 재미있었던 일이 하나 생각난다. 사우디의 대부분 남자 화장실은 우리가 볼 수 있는 소변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화장실은 좌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큐비클들과 기도 전에 손, 발을 씻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마치 남자들이 공동으로 서서 소변을 보는 곳과 아주 유사하게 생겼다.

난 당연하듯 여기서 소변을 봤고 그걸 본 화장실 청소부가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대로하는 것을 본 뒤, 그제야 알았다. 소변보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동네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며 추억을 떠올리는 안줏거리가 되었지만 당시 종교경찰에게 걸렸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생각에 가끔씩 심장이 쫄깃해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와 같이 행동했을 거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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