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돼지고기 한 점

by 인꽐라

사우디는 금지된 것이 많은 나라인데 그중 나를 포함한 비무슬림들을 힘들게 하는 건 술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 있을 땐 늘 소고기가 먹고 싶었고 과도한 술자리는 도망치고 싶었는데 과도한 제재는 반발을 키우듯, 술과 돼지고기는 사우디에 발을 딛는 순간 최애 음식으로 등극하게 됐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이런 내 처지를 비웃듯 삼겹살과 소주를 먹는 사진을 보내곤 했고 와인 한 박스를 사우디 집으로 보내겠다고 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마 그 친구들은 바레인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나 보다.

사우디 동부지역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레인은 사우디와 달리 모든 것이 가능한 무슬림 국가이다. 술집도 많고 클럽도 있고 돼지고기를 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 놈들은 술만 취하면 이런 사진을 보내 군침이 돌게 만든다.

목요일 저녁이 되면 (이곳은 금, 토가 휴일이다.) 사우디 동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바레인으로 술 한잔하러 바레인으로 가는데 1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3-4시간은 족히 잡아야 도착할 수 있게 된다. 패스포트 검사를 기다리는 긴 시간이 지루할 법도 한데 유흥의 세계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들뜬 마음에 그런 것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목요일 밤 바레인으로 연결되는 '코즈웨이'라는 다리를 건널 때면 저 멀리 바레인에서 내뿜는 번쩍이는 불빛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더 뛰게 만드는데 패스포트 검사를 통과하고 나면 모든 차들은 마치 불빛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일제히 가속페달을 밟고 튀어 나간다. 사우디가 술을 허용하면 바레인 경제에 매우 큰 타격을 줄 것은 분명하다.

바레인을 향한 길은 정말 지루하다.

그런데 참 웃기는 건 바레인을 찾는 상당수가 사우디 사람들이다. 술집에 들어서면 사우디 사람들이 가득하고, 클럽에서 전통의상을 입고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부킹을 시도하는 그들을 보면 이질적인 느낌도 든다. 사우디 내에서는 하루 5번씩 기도하며 경건하게 살다가 주말만 되면 놀아재끼는 모습은 참 대조적이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사우디 사람들은 바레인에 놀러 갈 때 아는 사람들과 절대 함께 가지 않는다. 자신의 비신앙적인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는 것인데 아는 사람과 함께 가더라도 서로의 비밀을 지켜줄 믿을만한 사람과 동행한다고 한다. 몇 년 전 바레인 한 술집에서 회사 동료를 만났는데 내 옆에 조용히 오더니 이 집은 무알콜 맥주가 참 맛있다며 내가 마신 술값을 모두 계산하고 나갔다. 내가 회사에서 괜한 이야기 할까 봐 걱정이 됐나 보다. 나도 그 정도 센스는 있는 사람인데....


암튼 그 시절 술 한 잔에 삼겹살 한 점 먹겠다고 그 먼 길을 달려간 나도 참 안쓰럽고, 지금도 주말마다 술 마시러 바레인으로 달려가는 사우디 친구들도 안쓰러워 보인다. 모처럼 한국에 왔으니 오늘 저녁엔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쭈욱 들이켜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다섯 번이나 기도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