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만들자! 사우디에서!

by 인꽐라

사우디에서는 술을 마시지 못하니 상당수의 사람들이 직접 술을 만들어 마신다.

대부분은 포도주스를 발효시켜 와인을 만들기도 하고, 무알콜 맥주를 발효시켜 그럴듯한 맥주를 만들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설탕물을 발효시키고 증류해서 독한 증류주를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회사 내 캠프는 와인 제조를 허용하기라도 하듯 마트 안에는 포도주스가 늘 가득 쌓여 있고, 목마른 자들에 의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

이런 증류시설을 갖춘 집이 여럿 되고 브랜디는 비싼 값에 팔린다

나도 이 짓을 몇 년간 하다 보니 기왕 할거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와인, 브랜디, 막걸리 양조는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고 동네를 넘어 서부지역인 제다에도 소문이 자자했다.

이제 남은 주종은 오직 하나!


바로 맥주였다.


사우디에서 아무나 할 수 없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제대로 된 진짜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로 했다. 맥주 액기스로 만드는 그저 그런 맥주가 아닌 아닌 맥주 순수령을 따르는 물, 몰트, 홉만을 사용해서 만드는 그 진짜 맥주 말이다.




수개월간 맥주 관련 책, 논문들을 닥치는 대로 읽고 유튜브를 보며 나름의 레시피도 연구하고 효모 선별, 배양 등의 실험을 하며 기본기를 다져나갔고 양조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좋은 장비도 구입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한 뒤 드디어 제대로 된 맥주 하나를 완성했다. 요즘 유행하는 홉으로 승부를 보는 그런 맥주가 아닌 몰트와 효모 특성이 강조되는 클래식한 맥주, 독일의 바이젠이다.

양조를 위해 구입한 맥주장비 지금은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했다.

나름 브루어리 이름도 만들고 브랜드도 만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완벽하게 잘 만들어진 맥주가 바로 Handel이다.




Justin Brewery(지금은 인꽐라로 변경되었다.)의 Desert Diamonds 라인의 첫 맥주인 Handel은 명쾌하고 극적인 Handel의 음악적 특징이 모티브가 되어 만들어진 맥주이다.

Handel은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전통적인 Weizen의 기본 틀을 따르고 있지만, 단조로운 weizen의 특징을 탈피하고자 건강한 효모만 골라 배양한 효모를 사용하여 팡팡 터지는 바나나 향과 정향(clove) 그리고 약간의 꿀 향을 느낄 수 있고, 경쾌한 피니시를 선사한다.


독일 법령을 따라 50% 이상의 밀몰트가 사용되고 기존 방식인 할러타우 홉(Hallertau)을 사용하지 않고 체코 지방의 사츠홉(Saaz)을 사용하여 시트러스한 향을 넣어주고 약간의 쓴맛을 추가했다. 발효 온도 조절을 통해, 자칫 거슬릴 수 있는 Clove 향을 최소화하여 끝 맛에 약간의 스파이시함이 남도록 하였다. 또한 밀의 높은 단백질 성분으로 다소 혼탁한 외관과 두터운 상부 거품이 특징적이다.

첫 공식 맥주인 Handel 그만큼 애정이 많이 간다.

음식궁합으로는 회, 굴과 같은 생 해산물 요리 또는 Romano 치즈가 잘 어울리고, Zadok the priest 또는 Rinaldo 중 Lascia ch'io pianga mia cruda sorte 같은 음악도 함께 곁들인다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맥주를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레시피를 공개하겠다.


20리터 기준

몰트

밀몰트 : 2.5kg

필스너 몰트 : 2kg

뮤닉몰트 : 0.3kg

사츠 20g (60분 끓임)

사츠 8g (whirlpool at 80도)

효모

WLP 300 or Safale WB-06


IBU : 10

SRM : 5

ABV : 5.2%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비슷한 맛의 맥주 : Weihenstephaner Hefe Weissb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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