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심 탈레브가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 사태는 블랙 스완이 아니라 화이트 스완이라고 말했죠. 초기 발생한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고 충분히 대응 가능했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한 것이죠. 사실 조직에서 발생하는 많은 위기들도 블랙 스완보다는 화이트 스완이 더 많을 겁니다. 위험에 대한 징후가 보임에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사례들이 많죠. 앞으로는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들이 많이 생길텐데요. 데이터 경영을 통한 조기 예측 시스템 구축, Pulse Survey와 수시 인터뷰를 통한 직원 의견 청취, 솔직히 직언하는 사람 곁에 두기 등을 통해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심 탈레브 책이 어렵고 번역도 매끄럽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 읽어 보니 역시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한 분야의 깊은 전문성을 가진 작가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어 보면 작가의 생각과 주장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에 올해는 나심 탈레브의 나머지 책들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잘 읽히진 않는 책이지만 통찰력 있는 메시지들이 곳곳에 숨어 있고 진지하게 생각해볼 이슈들이 많기에 관심 있는 분들 읽어 보셔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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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이 작동하는 것은 기술이 뛰어난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 혹은 인센티브 때문이 아니라 누구든 공격적인 시행착오 끝에 행운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공의 전략은 간단하다. 최대한 집적거리라. 그리하여 검은 백조가 출몰할 기회를 최대한 늘리라.
나는 학식이 높고 정보도 훨씬 더 많이 접하는 사람들이 택시 기사보다 예견력이 뛰어나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뒤처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택시 기사들은 자신들이 배운 사람들만큼 사태를 이해하고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실제로 그들은 전문가가 아니었고, 스스로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 뭔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엘리트이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동물보다 좀 더 고상한 삶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기를 원한다면 이야기 짓기의 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텔레비전을 끄고, 신문 읽는 시간을 줄이고, 인터넷을 무시하라. 결정을 내리는 이성적 능력을 훈련하라. 감각적인 것과 경험적인 것을 구분하도록 스스로를 훈련하라. 이렇게 함으로써 세계의 해악에서 벗어나면 보답을 얻게 될 것이니, 삶이 그만큼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리는 생각이라는 것도 일종의 소유물처럼 여기기 때문에 한번 형성된 생각과 이별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 인간이 직감적인 것에 흔들린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따라서 주간지를 읽는 것보다 라디오 뉴스를 매시간 듣는 것이 더 나쁘다. 외부 정보가 주어지는 간격이 짧을수록 이를 걸러 내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보가 늘어날수록 오히려 참여자들은 처음 내린 결정을 더 확신해 갔다. 정보가 오히려 해가 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 변화하는 분야, 그래서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대체로 전문가란 나올 수 없다. 반대로 변화하지 않는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전문가가 나올 수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미래를 다루는 분야, 그리하여 결코 되풀이될 수 없는 과거를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전문가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나는 미래의 일을 다루는 사람들이 모두 쓸모없는 정보만 내놓는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의 문제란, 자신들이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를 모른다는 데 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는 자신이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을 받아들이고서는 권위를 발휘할 수가 없는 것을. 간단히 말해, 인간은 지식에 의해 눈이 멀 필요가 있다. 떼로 몰려 있는 것이 홀로 서 있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에 서로를 결집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따르도록 만들어져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라도 여럿이 뭉쳐 있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홀로 나가는 편보다 더 이익이 되어 왔다. 우리에게는 성찰적 현자보다는 허우대 좋은 바보를 따라다닌 사람들의 유전자가 전해져 있다.
미래를 예견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 곧 예견 불가능성으로부터 우리가 아무것도 얻어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출발점은 여기다. 언제나 준비되어 있을 것! 사소한 것에 대한 예측은 진통과 치료 효과 정도로 그칠 것이다. 그러나 거창한 예측치는 판단을 마비시키니 주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대비하고 있으라.
진실로 우리의 심리나 지적인 판단은 시행착오를 좀처럼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거듭되는 작은 실패가 오히려 삶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를 어려워하는 것이다. 실패가 곧 고통과 낭패를 몰고 오는 유럽이나 아시아와는 달리 작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게 만드는 미국 문화의 특성이 각종 혁신에서 미국이 압도적 비율을 점하게 했다. 어떤 아이디어나 제품도 실패를 거친 결과 확립되고, 마침내 완벽히 다듬어질 수 있는 것이다.
기회는 드물게, 생각보다 드물게 찾아온다. 명심할 점은, 긍정적 검은 백조는 항상 사전에 한 번쯤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첫 번째 출현 단계를 놓치지 않도록 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운의 순간이 펼쳐져도 이를 깨닫지 못한다. 그러므로 대형 출판사( 혹은 영화사 중역, 은행 임원, 대사상가)가 만나자고 하면 선약을 취소하로 응하라. 기회를 찾고 그 기회에 최대한 노출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