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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사보이 Jan 12. 2018

PC 셧다운과 강제 칼퇴근이 워라밸로 가는길일까

일터에서도 행복해야 진정한 워라밸의 완성

"나는 일손을 요구할 뿐인데 그때마다 그들이 머리를 함께 가지고 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동차 회사 포드의 창설자이자 근대적 대량생산체계를 수립한 헨리포드의 말이다.


산업혁명을 통해 일터와 가정은 분리되었다. 제조업 중심의 일터는 효율성이 최우선 가치가 되었고 개인의 일은 세분화되었다. 생각은 상층부에서 이루어지고 노동자는 정해진 시간에 시키는 일만 실행하는 일손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노동은 관리되었고 100여년이 지났다. 이제 시대가 바뀌어 우리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얘기한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강제 PC 셧댜운을 하겠다는 한국 기업들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마치 머리가 아닌 일손만 요구하던 100년전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크게 구분하면 경제적 안정과 자아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통해 행복해지기 위해 일을 한다.


직장인에게 경제적 안정을 이루는 기본적인 길은 실력향상에 따른 가치상승, 즉 몸값을 높이는거다.

다소의 개인 차는 있을지언정 직장에서 일을 경험하고 도전하며 실패하고 배우면서 실력은 올라간다.

일을 통한 경험의 깊이와 넓이에 개인의 노력이 더해질 때 실력은 올라가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은 공정해야 한다.


당신이 어떤 자격시험을 준비하는데 주어진 시간이 35시간이라고 치자. 그 어떤 사람도 35시간을 넘어서 공부할 수가 없다. 나는 머리가 좋지 않아 좀 더 공부를 해서 실력을 높이려 하는데 불가능하다. 35시간이 넘으면 모든 불이 꺼져버리기 때문이다. 누구도 공부를 더 할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시험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것은 공정한 경쟁일까.


중요한건 기회다. 일을 통해 실력을 쌓고 몸값을 높이고 싶은 사람에게 강제 PC 셧다운은 성장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강제 PC 셧다운이 과연 워라밸을 위한 것일까.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다. 회사의 수명보다 개인의 일하는 수명이 훨씬 길어진 시대다. 우리는 몇 개의 직장, 몇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를 떠난 후의 개인은 누가 책임지는가. 커리어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를 왜 강제 PC 셧다운을 통해 막아야하는가.

자신의 커리어는 오직 자신만이 책임질 수 있다.

회사가 해야할 일은 PC 셧다운을 통해 강제 칼퇴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온전히 제공하는 것이다. 언젠가 회사와 이별해야 할 시기가 올 때 개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가 할 일이다.



일을 하는 또 다른 목적은 자아실현을 통해 행복해지기 위함이다.

노동하는 인간은 관리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경영의 주체로서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의미를 느끼며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을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 자아실현과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와 자율성이다.

인간은 스스로 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여 동료와 회사와 사회에 기여한다고 느낄 때 행복감을 느낀다. 또한 스스로의 주체적 판단하에 자율성을 가지고 일할 때 행복해질 수 있다.


도요타 생산라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했을 때 종업원 누구나 자신의 판단하에 자율적으로 생산라인을 멈추게 할 수 있었던 힘이 도요타의 경쟁력이었다. 일손만 가져오게 만드는 포드와 GM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도요타게 밀리게 되었다.


"나는 우리 직원들을 위해 뭐든 다 해줄 수 있지만 통근버스를 제공하는 것만은 강력히 반대한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주장이다.

어느 관료기업에서 정해진 시각에 종이 울리면 통근버스가 도착하고 그에 맞춰 일제히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마윈은 통근버스 도입은 강력히 반대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PC 셧다운을 통한 강제 칼퇴근은 직원들에게 의미와 자율성 모두를 빼앗는 길이다.

워라밸이 발달한 나라 어느 곳도 이렇게 모든 직원들의 PC를 셧다운 시키고 일제히 퇴근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의미없이 일하고 자율성을 빼앗긴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는 절대 행복할 수가 없다.


이렇듯 개인의 성장의 기회도 자율성도 빼앗아가는 PC 셧다운 제도를 일부 기업들이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워라밸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의도도 있겠지만 속마음 중 일부는 아마도 생산성 향상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일하는 시간을 일률적으로 줄이면 당연히 일정 부분 효율이 높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는 있다.

하지만 생산성은 인풋 대비 아웃풋이다.

아웃풋 향상을 위한 다른 조치없이 인풋만을 통제하여 생산성을 높이려는 생각은 지금의 창의, 상상, 디지털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

또한 인풋을 동일하게 통제할 경우 동일 시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을 직장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도 있다.

선한의도가 선한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우리에게 직장은 무엇인가.

후배들이 어떤 직장이 좋은 직장이냐고 물으면 이렇게 얘기한다.    

- 가치있는 일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회사

- 주도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회사

-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강제 칼퇴근은 결코 그 답이 아니다.


물론 칼퇴근은 필요하다.

칼퇴근을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눈치보는 야근과 불필요한 야근을 없애는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PC 셧다운과 같은 강제적 인풋 통제방식이 아닌 리더십과 성과평가, 조직문화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출근할 수 있고, 주어진 일을 다했을 때는 상사 눈치없이 자유롭게 퇴근하고, 인풋이 아닌 아웃풋으로 관리하고, 성과를 냈을 때는 공정하게 보상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이다.

다양성과 유연성이 없는 회사는 시장이라는 생태계에서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 무엇인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진정한 워라밸은 일과 개인의 삶을 분리해서 개인의 삶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터에서도 행복해져서 밸런스를 맞추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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