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나이에 세계 최정상에 올랐다가 자신이 키운 제자에게 연거푸 타이틀을 빼앗긴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고 다시 정상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었을까?
영화 <승부>를 보고난 후,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바둑을 두지 않기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서점에서 내용을 훑어보니 단순히 바둑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궁금했던 건 '1인자에 자리를 제자에게 빼앗긴 후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였습니다.
책을 다 읽고 생각했습니다. 조훈현은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통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온 사람"이구나. 정상에 오른 사람들을 보면 특별한 비법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적으로 성숙하며, 끊임없이 자기관리를 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해나가는 것. 그게 정통의 방식 아닐까 합니다.
<고수의 생각법> 리뷰입니다. 세계 최다승 보유자인 바둑 기사 조훈현의 "생각"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최고가 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부정적인 생각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더 성숙해지고 성장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니 더 와닿는 부분이 많습니다. 최고의 고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인생을 사는지, 일을 어떻게 대하는지 책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몇 가지 내용 공유해 봅니다.
이창호에게 타이틀을 빼앗겼을 때는 너무나 괴로웠지만, 어차피 빼앗길 타이틀이라면 내가 직접 키운 제자에게 빼앗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자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모든 타이틀을 다 빼앗기고 예선에서조차 탈락했을 때에는 이제 바둑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흔들렸지만, 여기가 바닥이니 올라갈 일만 남았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 없었다.
결국 생각이다. 인생은 좋은 날만 이어지는 법이 없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번갈아가며 파도처럼 밀려온다. 우리가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해할 수 있는 날은 아무것도 모르던 유아기를 제외하면 평생 다 합쳐도 며칠 되지 않을 것이다. 산다는 것 자체가 시련이고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길고 끝없는 고통의 나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것은 생각 밖에 없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확고한 생각, 우리 인생을 좀 더 가볍고 즐겁게 꾸려나갈 수 있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행복이 돈이나 명예, 성공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진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고 믿는다. 자아는 자존감이다. 자아가 단단하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신념대로 행동한다.
특히 마음이 강해야 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정상의 무게를 견뎌낼 만한 인성이 없으면 곧 떨어지게 된다.
어떠한 삶을 살든 자신만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영토 확장이 꼭 성공과 출세, 승리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 꿈을 실현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의 영토 확장일 것이다.
스스로 강한 자는 절대로 변명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는 지더라도 당당하다. 내가 승부에 졌다면 그건 내가 덜 강하기 때문이다. 그걸 인정하고 더욱 노력하면 된다.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최고의 환경이다. 불만을 갖고 환경 탓을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최선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있는 자리가 최선의 자리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모든 꿈의 출발은 '지금, 여기'다.
영어로 장군을 제너럴(general)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한다. 제너럴은 일반적인, 대체적인 정도의 뜻으로 알려져 있는데, 종합적인 지식과 사고를 두루 갖춘이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즉 장군 정도의 지위라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눈을 갖췄다는 의미로 제너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중요한 건 피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너무 창피한 일, 너무 후회되는 일은 떨쳐버리려고 애쓴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자꾸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정당화하는 사람도 있다. 실패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 좋긴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아예 부인해서는 안 된다. 극복하되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 진단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영원히 미숙한 어린아이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승부의 세계에서 나이와 체력은 핑계가 될 수 없다. 나이 때문에 체력 때문에 질 수밖에 없다고 인정해버리는 순간 승부사로서의 인생은 끝난다. 더 열심히 건강을 관리하고 더 지독하게 집중하는 훈련을 한다면 이기는 건 언제나 가능하다. 큰 차이가 아니라 그저 반집 차이로 승부가 나기 때문이다.
어느 철학자는 "강자란 보다 훌륭하게 고독을 견디어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고독할수록 자유롭고 고독할수록 강하다"라고 말한 사람도 있다. 나는 우리가 인생을 보다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꿈에 더 높이 다가가려면 실력과 더불어 내면의 성숙함이 반드시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더 많이 혼자 있고 더 많이 외로워야 한다. 더 많이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