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최근 스킬(skill)이라는 단어가 많이 언급된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스킬 베이스 러닝’, ‘스킬 베이스 인사 관리’가 보편화되고 있죠. 하지만 이런 변화가 단지 비즈니스의 흐름일 뿐인지, 아니면 더 근본적인 변화인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킬의 시대로 넘어가는 변화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 두 가지 관점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R&R과 직무의 해체입니다.
전통적으로 조직은 명확한 역할과 책임(R&R)을 중심으로 운영되었습니다. 팀 내에서 각자 맡은 직무의 전문성을 활용해 주어진 과제를 수행했죠. 그러나 최근 들어 전통적인 직무기술서는 빠르게 의미를 잃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케터는 기획안을, 디자이너는 시안을, 개발자는 개발을 한다"처럼 뚜렷하게 나뉘던 역할과 책임의 경계가 AI 기술의 발전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마케터가 AI로 광고 이미지를 만들고, 개발자가 AI로 블로그 초안을 작성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이렇게 AI와 기술 발전은 직무의 벽을 해체하고 있습니다. 조직은 이제 명확한 직무 중심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 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예고합니다.
둘째, 인재에 대한 재정의입니다.
스킬의 일반적인 정의는 ‘역량(Competency)’을 더 작게 나눈 개념입니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기존의 역량 프레임이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세부적인 스킬로 잘게 나누어 관리하고 교육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 조직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즉, 스킬 중심의 인사 관리라는 건 단순히 역량을 더 작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개인과 조직의 스킬을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바라보고 관리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따라서 스킬 기반(Skill-based) 인사 관리의 핵심은 단순히 "스킬을 키워드로 분류하는 게 아니라, 스킬을 활용하여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맞춰져야 합니다.
스킬의 시대라는 것은 역량을 더 작게 쪼개고 인사 관리와 교육에 활용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직무와 조직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는 큰 전환의 흐름이라 볼 수 있습니다. 조직 관점에서도 스킬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고, 조직 내에서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