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마가 간다’는 일본 메이지 유신 주역인 사카모토 료마의 일대기를 그린 책입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삶의 영향을 미친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죠. 책은 180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합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교통과 통신이 굉장히 열악했던 그 시기에서도 전국의 유명인사들이 ‘무엇’을 하기 위해 어렵게 연락을 하고 모였다는 것입니다. 바로 ‘인물평’입니다. 함께 일할만한 사람인지 서로 모여 인물에 대한 ‘평’을 하기 위해 힘들게 모인 것을 보면 어느 시대나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평가는 크게 3단계 시기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IMF 이전에는 조직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잘 따르고 시키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평생 고용도 보장받았습니다.
IMF 이후 20여 년 간 평가는 순위를 매기는 일(Rating)이었고, 등급을 정하는 일(Grading)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순위를 매기고 등급을 정해 보상, 이동, 배치 등 인사관리를 하는 것이 평가의 목적이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변화가 생깁니다. 평가의 본질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순위를 매기고, 등급을 정하는 일이 아니라 ‘개선을 위한 의견을 주는 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평가는 느리지만 조금씩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성장과 개선을 위해 피드백을 주는 것이 평가의 본질이라는 점을 우선 알아야 합니다.
평가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평가는 객관적일까요? 주관적일까요? 객관적인 평가는 과연 존재할까요?
서로 ‘합의한 기준'의 의거하여 평가자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되는 것이 평가입니다.
리더가 객관적 평가를 한다고 모든 직원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됩니다. 평가는 1:1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목표가 같더라도 합의한 기대 수준과 각자의 역할과 책임에 따라 평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평가가 객관적이냐 주관적이냐가 아니라 평가가 공정하냐 공정하지 않느냐의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평가결과의 공정함에 대한 불만은 평가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중요한 건 평가 전반의 과정 속에서 피평가자가 느끼는 경험입니다.
앞에서 말했든 평가의 공정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합의된 기준’입니다.
목표 선정, 목표에 대한 눈높이, 성과에 대한 기대 수준이 합의가 되어야 합니다.
상시 성과관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리더는 팀원과 상시적으로 만나서 목표에 대한 눈높이와 성과에 대한 기대 수준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가장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점은 연초 KPI 합의해 놓고 중간에 아무 피드백 없이 연말에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상시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이 공정함을 결정합니다.
평가에 있어 목표 설정이 절반이라면, 목표와 기대 수준에 대한 상시적 커뮤니케이션과 피드백이 나머지 절반입니다.
아직 많은 국내 기업들이 상대 평가를 하고 있지만 조금씩 절대평가로 전환하게 될 겁니다.
상대평가든, 절대평가든 리더의 눈높이는 평가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평가의 목적은 팀원의 성장을 위한 개선 피드백을 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가에 있어 리더가 조심해야 할 것이 ‘관대한 평가’입니다.
관대한 평가는 1) 조직 전체의 평가 신뢰도를 낮추는 일이고, 2) 동료 간 비교하는 문화를 만들며, 3) 팀원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죽이는 일입니다. 올해 100까지 할 수 있는 팀원인데 80까지 했을 경우 좋은 평가를 준다면 내년에도 같은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리더는 팀원의 보호자가 아니라 팀원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지지자입니다.
- 우리 팀원만 손해 보는 거 아니야?
- 우리 팀원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높은 기준으로 제대로 평가해야지!
어느 관점이 팀원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올 한 해 고생 많이 했으니 내년에 더욱 잘하라고 좋은 평가 줘야지'
많은 리더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팀원에게 평소 격려와 칭찬을 자주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 욕구가 있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은 인정받고 지지받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더 많은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정과 격려는 평가와 피드백과 구분해야 합니다. 평가/피드백은 객관적으로 수준을 평하고 개선을 위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고생한다고, 동기 부여한다고 좋은 평가를 주는 것은 결코 올바른 평가가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거나, 인성과 태도가 불량하여 동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직원이 있다면 솔직하게 피드백해야 합니다.
그것이 팀과 동료를 위한 길이고, 무엇보다 그 직원을 위하는 길입니다.
드러내지 않고 숨기면 그 직원은 개선의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저성과자가 객관적으로 자기 인식을 하고 개선 의지를 갖고 리더의 코칭이 더해질 때 매우 빠르게 개선되는 케이스를 많이 봐왔습니다.
솔직하게 피드백하고 적극적 코칭을 통해 개선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생각보다 잘하는 것도 있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잘해주세요.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을 것 같아요.
혹시라도 이렇게 평가하는 리더가 있다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없습니다.
평가는 리더가 팀원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시그널입니다. 또한 진정성의 표현입니다.
팀원의 성장과 개선을 위해 구체적이고 충실한 피드백을 해야만 합니다.
평가는 단순히 연말에 등급을 정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연초부터 계속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그 지향점은 팀원의 성장과 개선에 있습니다. 리더가 진정성 있게 성과관리 과정을 운영해 간다면 팀원의 성장과 함께 공정한 평가라는 직원의 경험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