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다이어리 꾸미기에 정신이 팔려 스티커를 모으는 재미에 들렸었다. 이 재미는 서른이 지난 지금도 밖에 나가면 천 원짜리 스티커를 쇼핑하는 습관으로 이어졌다.
서른 넘은 여인네가 스티커로 무엇을 하냐고?.
네, 아직도 일기장 꾸미는데 쓴다고 합니다.
회사 얘기와 나의 감정을 토로해둔 일기 한구석에 스티커를 붙여 놓으면 사실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일기를 길게 쓰지 못한 날에는 빈 공간에 캐릭터 친구들을 줄 세우곤 소풍 가는 느낌을 내기도 한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하트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다 보니 지나고 나서 보면 그때의 내 감정도 어렴풋이 기억하곤 한다.
일기 쇠에 쓰인 내용은 심각할지라도
난 아직 동심을 잃지 않았다고 외치는 시위 문구 같기도 하다.
이렇게 모으는 버릇은 브런치 쓰기 전에도 발동한다.
예를 들어 오늘의 글쓰기 주제가 '스크랩'이었다면 인터넷 검색어에 스크랩과 연관된 단어를 2~3가지를 선정한다.
검색 결과를 통해 글감들을 다시 스크랩한다.
스크랩 메모 방식이나 신문 스크랩과 같은 글감들이 나오면 해당 검색어로 바뀌 재검색한다.
대주제(스크랩) < 중주제(스크랩 메모 or 신문 스크랩) <
소주제 (관련기사)
검색 단계는 세 단계로 분류해서 파고드는 편이고,
다른 사람이 '스크랩'에 관련된 기사를 썼거나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읽기도 한다. 구글 북스에서는 친절하게 내가 찾는 단어가 나오는 문구를 보여주곤 한다.
인터넷이 도서관이 된 듯, 자료 속에 헤엄치다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정말 많다. 개인의 일상을 올리는 공간에 올라온 한 문장이 내 가슴에 와 닿기도 한다.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을 뿐, 우리 모두 작가란 배지를 가슴에 달고 사는 이들을 보면 나도 절로 글 쓸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