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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추임새 Apr 25. 2020

니일도 못하는 게 다른 팀 도와주지 마

이기적 유전자 김 팀장 

오늘도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김 부장을 모시는 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간격이 긍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


보통 팀 구성이 3-4명, 많게는 5명이라면 나는 김 부장과 2인으로 일을 했다. 

팀이라고 부르기엔 뭐하고 회사의 전 부서가 호출을 하면 도와줘야만 하는 특공대 같았다. 

팀장이 싫으면 팀원들끼리 모여서 험담으로 스트레스를 풀지만, 나는 김 부장과 단둘로 일을 하니 

같이 욕할 동료가 없었다. 더구나 우리가 진행하는 업무는 대외비적인 게 많아 타 부서의 팀원들에게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김 부장은 이기적인 상사 스타일이었다.

자존심이 세서 팀원이 일을 못하면 기다리기보다는 5분마다 쪼았고

위에서 깨질 때면 나도 김 부장에게 따로 불러가 깨져야 했다.

보통의 남자 부장들이 윽박지르는 것과는 다른 스타일로 혼을 내다보니 

김 부장의 성별을 말 안 하고 '우리 팀장이 오늘 ~~라고 쿠사리 주는데'라고 친구들에게 썰을 풀면

그 사람 노처녀라 히스테리 부리는 거 아냐? 라며 성별을 착각하는 친구도 있었다.

김 부장이 업무 지시로 툭툭 내뱉는 말들은 

내게 크나큰 스트레스였으며 당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라 입을 다물고 일을 했다. 


<내일 아침에 보고해> -> 야근을 해야만 아침 9시에 보고서를 올려놓을 수 있음.

<주말에 나와야겠다?> -> 금요일에 업무량이 많은 일을 주며 먼저 퇴근함.


보통의 회사 생활이 그렇듯이, 나는 월급 받는 입장이고 팀의 일이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네'로 대답하며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둘이서 일하는데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팀에서 하는 일이 중단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김 부장과의 대화는 내게 정말. 정말. 어려운 숙제였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네'로 업무 지시를 따르는 건 나를 우울감에 빠지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회사 가기가 정말 싫었고 

내 안에서 자라나는 김 부장을 향한 배신감의 새싹과 분노는 회사에서의 내 성장을 방해했다. 

당시 '왜? 나여야만 하지?'라는 질문에 휩싸여

내가 회사에 다니는 이유나, 부서 변경이 나와 맞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고민하며

'아니야 이렇게 도망갈 순 없어.'라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난 사표를 쓰고 있었다. 

사표는 세 번째 서랍에 고이 모셔졌지만 

야근하다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눈물을 훔치며 

일하다가 사표 꺼내고 일하다가 사표 꺼내고를 무한 반복하다 학을 때는 일이 터졌다.


내가 제일 힘들었던 건 김 부장의 팩폭이었다.

<니 일도 못하는 게 다른 팀 도와주지 말라고 했지!>라고 말했으면 차라리 한 귀로 듣고 흘렸을 것이다.

저 한마디 말을 김 부장은 묘하게 나를 긁는 말투로 던졌다.  

<박 대리는 참, 자기 일도 못하면서 다른 팀 일을 왜 도와줘요. 다른 팀 일 받아지고 오지 말라니까?

 본인 일이나 잘하세요. 남의 팀일 도와주다가 맨날 야근하고, 내가 써오라는 보고서는 왜 안 가져옵니까. 

 옆팀 일 도와주면 그건 개네팀 실적이지 우리 팀 실적이 아니잖아>

업무에 집중하라고 김 부장이 말해도 회사는 내가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전체적으로 아니었다. 

회사 초기부터 몸에 배여 온 솔선수범이 나를 망가트리고 있었다. 

하도 여러 가지 업무를 하다 보니 직원 컴퓨터가 고장 나면 나를 부르는 게 다반사였고

고쳐주지 않으면 대표 cc까지 넣어서 요청한 것도 해주지 않는다며 성질을 내는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 김 부장은 뭘 하고 있느냐.

직원들과 나 사이에 생기는 문제와 다툼에 모른 척할 뿐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자기일 남일이 있는 게 아닌 서로가 같이 협업하여 성장한다는 느낌이 좋아 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었는데

김 부장의 생각은 나랑 많이 달랐다. 


힘들어서 김 부장한테 팀원을 뽑아달라고 하면, 

<아니 근데 우리 둘이 괜찮잖아. 

박 대리 윗 직급이 오면 내가 너한테 들 신경 쓸 거고

아래 직급이 오면 네가 또 가리키느라 진 빠질 거 아냐.>

우리가 영업팀도 아니고 굳이 팀원은 더 필요할 것 같지 않다며 사람 뽑는 것도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그렇게 나는 더 번아웃이 되어갔다. 

난 그렇게 팀이 있었으나 철저히 혼자였다. 


버텨라, 회사생활은 월래가 그런 것이다라는 말은 나를 화나게 했다. 

나도 더 이상 참을 수만은 없다. 

김 부장. 이제 전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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