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치 1. 김 부장의 나를 향한 조리돌림
싸움을 부추기는 건 지각대장 직원들
오늘도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김 부장을 모시는
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간격이 긍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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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은 직원들에게 화가 날 때, 나를 세워두고 돌려 까기를 했다. 좀 더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조리돌림`이었다.
조리돌림은 죄인을 사람이 많은 곳에 공개해 수치심을 주는 처벌 방식으로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고 한다.
즉 김 부장의 조리돌림은
다른 직원이 잘못하면 내가 직원이 많은 곳에서 공개적으로 혼나는 것이다.
직원들 다 쳐다보는 내 자리에 서서 말이다.
내가 읽었던 회사생활 책에서는 직원이 잘못했을 때 가이드가 쓰여 있었는데
- 다른 직원들이 보지 않는 공간에 불러 혼낸다.
- 직원들이 다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혼내는 것은 약간'처형'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위와 같은 매뉴얼을 학습했던 나는
<저를 공개적으로 이러시지 말고 따로 얘기하시죠.>로 상급자를 대응하곤 했었다.
하지만 김 부장에게 그런 매뉴얼이 통할리 없었다.
옆팀이 지각을 하거나 시끄러우면 어김없이 그 화살이 나에게 쏟아졌다.
<왜 직원들 관리를 이딴 식으로 합니까?
아침에 바로 출근 기록부 올리라고 했지요?>
처음 한두 번 네네 하고 들었던 나도, 30 분 이상을 김 부장 옆에 서서 듣다 보니 집에 가서도 환청에 시달렸다.
<나 왜 혼나는 거지? 그래 이건 내 잘못이야..>
이런 생각과 직원 관리를 못한다는 죄책감.
인사 업무가 나의 길이 아니라는 고민이 많았었다
인사 발령 때, 김 부장이 직원들과 인사팀은 쫓고 쫓기는 관계고 알아서들 피하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는데 맞는 말이었다.
발령 전만 해도 친했던 직원들과 인사팀 온 지 한 달 만에
멀어졌다.
인사팀의 시야에서 직원들을 보면 문제아가 참 많았다.
마치 선도부와 반항아 같은 사이였다.
말을 안 듣는 직원은 끝까지 안 들었다.
지각도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라고
팀장이 지각하면 그 팀원들까지 지각했다.
곧 마흔인 옆팀 부서장이 그런 행동을 할 때면
매일 같은 시각에 늦지 않고 도착하는 김 부장이 대단했다.
지각하는 사람들은
출근 기록부 만드는 내 뒤에 서서
회사 대표도 신경 안 쓰는 걸 김 부장은 집착한다며 대놓고 야유를 했다. 심지어 술 먹고 다음날 안 나오거나 외근 간다고 거짓말 치는 건 지각 직원들의 상습 레퍼토리였다.
피노키오는 거짓말할 때, 티 나기라도 했지
이들의 거짓말을 너무하다 못해 대놓고 뻔뻔했다.
어느 날은 조리돌림을 일주일 연타당한 나를
지각대장인 옆팀 부서장이 따로 불러서 꾀었다.
<너도 힘들지? 고생이다. 힘들면 말해라.
내가 대표님 한테 너 고생한다고 부서 이동 도와달라고 말해줄게.
차라리 다른 계열사에 가는 건 어떠니...>
지각만 안 해주시면 내가 조리돌림 당할일도 없는데...
지각은 괜찮고 정치질로 회사가 돌아가다니.
나조차 낯 뜨겁고 유치한 이 회사생활이.
아니 이 회사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내가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에 들어가 있다면
이런 고달픔 또는 어이없는 일이 없을 것 같다는
1차원적인 생각을 했다.
회사가 체제가 없고 혼란스러우니
김 부장과 나는 이 혼란 속에서 화음을 맞추지 못했었다.
회의하다 의견이 부딪히면 김 부장이 먼저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내가 직원을 옹호하는 입장으로 조리돌림도 그만당하고 싶고 다른 방법을 제시하면 김 부장은 소리를 질렀다. 다년간의 직장생활로 직원 습성이 어디 가질 않는다는 김 부장의 선견지명과 교화될 수 있습니다라는 나의 열정이 부딪히는 것이었는데 그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서로 몰랐었던 것 같다.
조리돌림 몇 번, 회의실 혼자 남겨지기 몇 번을 당하다 보니
나도 눈깔이 뒤집어졌다.
사리분별 못할 정도로 아~~~~ 주 많이 뒤집어졌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회의실에서 둘 다 감정이 격해져서
김 부장이 나를 버리고 나가려는 순간.
내가 문 앞을 막았다.
<부장님. 이렇게 나가시면 안되죠.
저 혼자 두고 나가지 마십시오.>
김 부장이 이런 나의 행동을 예측하지 못했단 반응이었다.
아마 일했던 직원 중 이렇게 막는 것도
내가 그에게 최초였을 것이다.
나도 혼자 남아 무시당한 기분 때문에 질질 짜고 싶지 않았다.
미친척하자. 난 이미 미친 자다. 김 부장!
당신은 오늘 회의실 못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