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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추임새 Jan 17. 2021

원펀치 2. 나도 바득바득 갈겠어

가만히 있지 않아요. 

오늘도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이렇게 김 부장을 모시는

저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간격이 긍정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


가뜩이나 큰 김부장의 눈이 더 커졌고 언성이 높아졌다.

<안 비킵니까?> 

<팀장님! 저도 더 드릴 말씀 있습니다. 나가시면 안됩니다!>

<나는 없어요!>

회의실 문앞을 막는 나를 요리조리 피해 김부장은 기어코 회의실을 나갔다.

또 나 혼자 회의실에 남은 꼴이었다. 

김부장과 나의 언쟁이 워낙 치열했다보니 회의실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간 듯 했다.

자리에 돌아오니 나를 안타까워 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나를 맞이했다.

이 전쟁은 끝나도 끝난게 아니었다.


본인 자리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는 김부장 옆에 내가 섰다.

끝나지 않은 나의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부장님...저 말씀 안끝났다고 했는데.. 왜 또 먼저 나가십니까.>

<박대리..그만하세요.>

<팀장님 자꾸 그러시면 저도 힘들고...>

<그만하라고 했잖습니까!!>


회사생활...

남이 싸우는게 얼마나 직원들에게 재미있는 꿀잼 영화가 아니던가..

나와 김부장의 언쟁은 옆방 대표실로 흘러가... 대표님이 집무를 보시다 달려나오셨으니 

이건 말 다한 영화다. 


끝나지 않은 전쟁.

김부장에게 지속적으로 나의 대화가 묵살당하자 

나는 내자리에서 휴지 한통을 끼고 한시간 내내 울기 시작했다. 

모든 짐을 박스에 넣고 집에 가고 싶었다. 영영 이 자리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오후 반차를 상신하니 거부당했다. 김 부장은 질질짜고 있는 나의 휴가 사용도 허락하지 않았다.


내 카톡 알림이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꿀잼 영화를 본 직원들은 후기 댓글을 남기 듯이 내게 메세지를 보냈다.

'그만 울어. 김부장 그러는거 한두번이니?'

'울지마요..힘내세요..'

'무슨일이에요 ㅜㅜ'


그날 점심은 맥주 한잔과 여직원들과 매운 분식을 먹었다.

나는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울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왜 우니! 너가 이제 애는 아니잖아.>


내가 울었던 이유는, 모시는 팀장이 나와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는 답답함.

해결점을 찾고 싶은데 서로가 대화가 안통하니 이걸 해결 할 수 는 있을까하는 막연함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해결방법을 알고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렇게는 일 못한다고 부서 이동 시켜달라해. 회사를 팀장이랑 맨날 싸우러 나오니.>

<얼른 사표써버려요. 사람이 없어봐야 소중한 줄 알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사람간의 관계가 주를 이룬다고 한다. 

상사가 나를 갈구고 후배가 들이대고 얼마나 많은 문제가 인터넷에 쏟아지지 않던가.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건 정말이지 머리털 빠지게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은 문제가 있는 사람 둘이서 풀어야한다. 

김부장과 내가 사이가 안좋을때 신이 나는 것은 김부장의 안티 세력. 

옆팀에게 유리한 또는 누군가에게는 정치적인 사건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몰라도 한참 몰랐다. 


김부장과 내가 싸우면 우리팀이 우스워진다. 

김부장과 나의 팀이 더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나는 매일 고민했다. 


1차적으로 김부장이 더이상 나에게 화가 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난 인터넷쇼핑몰에서 수녀복과 성경과 십자가를 찾기 시작했다. 

크리스챤인 김부장이 십자가 앞에서는 소리를 지르지 않을까 하는

애같은 발상이었다...


그런 애 같은 나에게 누군가 말을 했다..

<너 진짜 수녀복 살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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